[여성, 사회변화 에너지] 제1호 여성친화도시 익산시, 정책 입안부터 여성친화담당관 협의

입력 2013-12-10 01:33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역개발 프로젝트에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개념을 도입했다. 기반시설 건설부터 노동시장과 육아, 교육 등 복지 영역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남성의 삶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고 이를 반영토록 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여성친화도시’ 정책이 이런 국제사회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현재 서울 강남구, 강릉·안양·익산시 등 전국적으로 39개 여성친화 지방자치단체가 지정됐다. 그중 2009년 3월 국내 제1호 여성친화 도시로 지정된 전북 익산시는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익산시는 각 부서가 정책 입안을 할 때부터 여성친화담당관과 협의토록 하고 있다. 가령 보건소 신축 과정에서 여성의 동선을 감안한 별도 출입문 신설을 건의하는 등 시설 조성부터 각종 자치 법규 제개정에 이르기까지 시정 전반에 참여한다. 여성들의 건강을 위해 산전(産前) 검사비 26만원을 지원하고 난임 여성 30명에게 한방 치료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여성들의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여성지도자대학’을 수료한 여성들을 거리 반상회 등에 참여시키고 올해는 지도자대학을 졸업한 여성 1명을 시 산하 ‘여성친화조성위원회’ 위원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박귀자 익산시 여성친화담당관은 지난 6일 “여성친화도시 전담 조직을 부시장 직속으로 설치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지난해 1월 업무보고 당시 각 부서장의 보고가 ‘여성친화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시장이 보고를 중단시켰던 것. 여성친화담당관이 1대 1로 전 부서와 협의한 뒤 보고가 재개됐다. 박 담당관은 “초기에는 여성전용 화장실 신축을 예산 낭비라고 비난하는 등 남성 중심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적지 않았다”며 “이제는 살기 좋아졌을 뿐 아니라 시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인식이 늘었다”고 했다.

김양희 젠더&리더십 대표는 “여성의 관점을 지역발전 정책의 결정 과정과 추진 단계에 반영하고 여성의 참여를 보장해야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에 여성의 관점이 긴밀히 접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