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살 국민일보] 창간 전 특보부터 특종기사… 국내 유일 사례
입력 2013-12-10 01:33
특종으로 본 25년
국민일보는 1988년 12월 10일 창간 이래 굵직한 특종기사들을 잇달아 터뜨리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종을 위한 취재진의 열의와 분투는 국민일보가 빠른 시간 내 정론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국민일보의 특종은 사실 전달과 함께 정책적 후속조치 등을 유도한 사례가 많아 독자들의 성원을 얻고 있다.
◇울림 큰 특종으로 성장=국민일보의 특종사는 88년 11월 27일 창간소식지인 ‘국민일보 특보 2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면에는 ‘민(民)을 거스르면 민(民)이 버린다’는 제목의 사진기사가 실렸다. 백담사 부근에 잠입했던 기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가 손자를 업고 수건을 머리에 감싼 모습을 담은 것이다. 국내외 언론·통신사들이 앞다퉈 공급을 요청해 왔고, 200만부를 발행한 특보가 바닥나는 등 폭발적 관심을 얻었다. 특히 제21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이 특종은 창간도 되기 전의 것인 만큼 한국 언론사에서 전무후무한 사례로 평가된다.
창간 직후인 88년 12월 14일에는 ‘의원세비 대폭 인상’이 1면을 장식했다.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71.6%나 인상키로 합의한 사실을 추적 보도한 것이다. 국내 언론들도 이를 크게 보도해 비판여론을 불러왔고 결국 세비 인상계획은 백지화됐다. ‘사립대 무더기 부정입학’(89년 6월 9일)은 고려대 등 6개 대학이 87∼89년도 수험생 294명을 특혜로 부정입학시킨 사실을 처음 보도한 것이다. 이 보도로 당시 교육 당국은 대학 관계자들을 중징계했고, 검찰도 보직교수 등을 구속 또는 입건하는 등 행정·사법적 조처가 취해졌다.
‘국감의원 폭탄주 추태’(89년 9월 23일)는 법무부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의원들의 만취추태를 사진을 곁들여 생생하게 보도한 것이다. 이는 ‘폭탄주 감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는 한편 국회 법사위의 공식사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대그룹 계열사 노사분규 배후에 노조파괴 전문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린 ‘제임스 리 그는 누구인가’(90년 4월 25일)도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분규를 새롭게 조명할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기사 ‘정치실상 폭력의 순간’(91년 7월 12일)은 당시 임시국회에서 방송관련법 처리를 저지하던 평민당 조홍규 의원이 민자당 의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회의장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을 담아 관심을 모았다. 제18회 한국신문인협회상을 수상했다.
◇논문표절 검증 인정받아=국민일보의 논문표절 추적보도는 이미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2006년 7월 24일 1면과 3면에 걸쳐 김병준 당시 교육부총리의 제자 논문표절 의혹을 단독 보도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취재진은 같은 해 7월 27일에도 김 전 부총리 연구팀의 두뇌한국(BK21) 연구실적 중복기재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결국 김 전 부총리는 취임 13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필상 총장 논문표절 의혹’(2006년 12월 26일)에 대한 사회적 반향도 컸다. 이 전 고려대 총장이 제자 논문과 유사한 논문을 교내 학술지에 실은 사실 등을 밝혀낸 것이다. 이후 고려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진행했고, 이 전 총장 역시 국민일보 보도 이후 52일 만에 총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에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 제자 논문표절 의혹’(2008년 2월 21일)을 단독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 인사 파동의 물꼬를 튼 이 기사 이후 박 전 수석은 재산 등의 문제가 추가되며 결국 낙마했다. 일련의 논문표절 관련 특종으로 국민일보는 제38회 한국기자상, 2006년 한국신문상, 제191회 및 제196회 이달의 기자상 등을 휩쓸었다. 독자들로부터도 “학계의 연구 수준이 몇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무용계의 말도 안되는 논문들’(2008년 4월 15일)은 지도교수를 신격화하는 위인전 수준의 글들이 학위논문으로 통과되는 무용계 관행을 고발한 기사다. 취재진은 이어 무용계의 논문 200여편을 추출,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있는 표절과 이중게재 실태를 잇달아 심층 보도했다. 이는 학문 윤리 실종에 일대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종 행진은 계속된다=국민일보는 2007년 6월 16일 ‘이명박 위장전입 시인’을 단독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서 이 전 서울시장이 수십 차례 전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 취재진이 현재의 거주지에서 출발해 기록을 되짚어 추적한 결과였다. 이 전 시장 측은 기사가 나가자 69년 이후 주소지를 24차례 옮겼으며, 이 중 5차례가 자녀들의 명문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이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2008년은 특히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6개나 수상,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해였다. 5월 31일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쿠키방송은 여성 시위자가 전투경찰의 발에 짓밟히는 장면을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도 국민일보 동영상을 제공받아 보도해 당시 경찰의 강경 진압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또한 ‘벌금 90만원의 비밀-정치인 재판 결과 대해부’(2008년 8월 27∼30일) 시리즈는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의 뒤집기 판결 뒤에 전관(前官) 변호사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이어 2008년 11월 2일에는 ‘공무원 4만여명을 포함, 최소 17만명이 쌀직불금을 부당 수령했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또 6일부터는 ‘이봉화 차관의 쌀직불금 신청’을 시작으로 일련의 단독보도를 통해 국가예산 수천억원이 공무원 및 도시 거주 지주들에게로 흘러들어갔음을 공개했다. 결국 이 사건은 국정조사로 이어졌다.
2010년 3월 1일에는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는 장기 기획시리즈가 선보였다. 취재진은 8월 11일까지 기사를 통해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들이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에 앞장섰던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이들도 일본 정부에 맞먹는 책임이 있음을 국내 언론 최초로 공론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239회 이달의 기자상, 2011년 한국신문상, 제15회 삼성언론상, 국제앰네스티언론상 수상 등 상복도 많았다.
올해 들어서는 ‘공정거래의 적들-20대 그룹 10년간의 불공정’(6월 18∼20일)이 돋보이는 특종이다. 경제민주화의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대기업들이 실상은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나오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수만 쪽에 달하는 자료를 분석해 입증한 시리즈다. 제274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