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 소녀가장 김민지씨가 보내온 감사 편지 “도움 보답하려 꿋꿋이 성장…”
입력 2013-12-10 01:29
14년 전부터 소년소녀가장 돕기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아온 김민지(가명·21·여)씨가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이메일로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기억도 잘 나지 않던 때 터진 IMF 때문에 생긴 큰 빚은 아버지를 형무소로 데려가 버렸습니다. 그 전에 어머니는 재혼을 하셨고요. 저를 데려다 키우신 것은 할머니였습니다. 시골에서 홀로 사시다 제 곁으로 오신 할머니와 저는 누군가가 허물어서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잠시 비워둔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반쯤 부서진 집 옆에 살면서 할머니는 파출부 일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1년을 버티다 할머니께서 쓰러지셨어요. 혈관벽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라는 병이 원인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병원에서 의식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저를 위해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저놈, 다 클 때까지만 절 좀 살려주세요. 그 후에는 언제든지 부르는 때에 가겠습니다.” 할머니는 첫 수술에서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하셨지만 다른 쪽 뇌에 문제가 있는 혈관이 남아 있었습니다. 더 이상 할머니께서 일을 하실 수 없게 되자 막막했습니다. 그때 소년소녀가장 돕기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게 됐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저를 도와주고 응원해준다는 사실에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왔고 지자체의 효행부문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입학했고 요즘 여성 장교가 되기 위해 ROTC를 준비 중입니다. 체력시험을 위해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붙이고 운동장을 달린 뒤 나아진 기록을 확인하면서 기뻐합니다. 제가 겪은 어려움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난이라는 모래주머니를 찬 우리가 다른 이들과 비슷하게 달리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훨씬 더 노력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가난이 얼마나 우리를 강하게 단련시켜 줄지, 이 가난을 떨쳐낸다면 얼마나 더 빠르고 가볍게 달릴 수 있을지, 지금 당장 뛰기 힘들다고 주저앉아 버린다면 확인할 수 없겠지요.
저는 가난을 부끄러움이 아니라 감사로, 또 자랑으로 여길 수 있도록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것을 꿈꾸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