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류 콘텐츠] 수출 1위는 게임산업… ‘한국적인 것’이 통한다

입력 2013-12-10 01:29


터키에서 온 귈버 후마 맬텀(20·여)씨는 6·25전쟁 때 한국으로 파병을 왔던 할아버지 덕분에 한국이란 나라를 처음 알았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들으며 한국에 관심이 생겼고 꾸준히 한국어를 배워 지난해 대구 영남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터키에 있는 가족들 모두 KBS 드라마 ‘해신’과 MBC ‘궁’을 보면서 한국에 대해 알게 됐고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K팝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요즘 터키에선 슈퍼주니어, 샤이니, 빅뱅 등 아이돌 그룹뿐만 아니라 싸이, 이승기, 케이윌도 많이 알고 있다. 신인인 뉴이스트(NU’EST)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마와 음악으로 시작한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교육과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가고 있다. 대형기획사 소속의 몇몇 아이돌 그룹과 이들이 출연하는 드라마에 의지했던 문화 콘텐츠들이 점차 다변화되면서 한류를 더욱 내실 있게 채워가고 있다. 게임과 캐릭터, 지식정보와 출판물, 만화까지 고루 발달하고 있는 문화 콘텐츠는 미래 산업의 열쇠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각화 되는 콘텐츠 산업, 타 분야 소비로도 이어져=최근 드라마와 K팝보다 캐릭터와 게임 산업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 8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2년 콘텐츠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43억201만1000달러(달러 당 1100원 기준, 4조7322억132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9% 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가장 큰 비중은 게임 산업으로 전체의 55.3%를 차지했고 지식정보가 10%, 캐릭터 산업이 9.1%로 뒤를 이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증가하는 비율이 높은 산업은 지식정보, 광고, 음악으로 각각 52.2%, 49.0%, 43.7% 포인트 순이었다.

한류 콘텐츠의 인기는 국산 제품의 수출 증가세로도 이어졌다. 특히 화장품과 의류, 가전제품 등 한류 스타들이 사용하는 제품들이 K팝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2008년 1억850만 달러(1193억5000만원)였던 화장품 수출액이 2010년 3억3만3680만 달러(3300억3704만8000원)로 3배 이상 늘었고, 베트남에서 2008년 6073만 달러(767억300만원)였던 의류 수출액이 2010년 9505만 달러(1045억5500만원)로 증가했다.

◇제작환경 구축, 저작권 보호 제도 필요=물론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 성장하기 위해 콘텐츠의 다양성을 거론한다. 정책 부문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10월 10∼12일 서울 강남·홍대 일대에서 열린 서울국제뮤직페어에선 이러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22개국에서 온 해외 바이어 200여 명과 국내 음악관계자 500여 명이 모여 300건 이상의 수출입 계약을 체결했는데 대부분 록이나 일렉트로닉 장르에서 성과가 났다. 행사 관계자는 “K팝으로 불리는 댄스, 발라드, 힙합보다는 록, 일렉트로닉과 한국 색채가 깃든 음악이 주목받았다”며 “다양성과 독창성을 살린 질 좋은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투자를 받아 제작할 수 있는 환경과 저작권 보호 등의 장치도 필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이기현 정책연구실장은 지난 달 25일 “1년에 매출 10억 미만인 콘텐츠 제작 영세 기업이 전체의 94%나 될 만큼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하면서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만연해 있는 해외 불법 유통 체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수출국과의 공조활동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