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목사의 시편] 마지막 달력과 감사
입력 2013-12-10 01:31
벌써 2013년 마지막 달력 앞에 섰다. 어저께가 1월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12월이 되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기쁜 일도 많았고, 슬픈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다. 지난 9월에는 나를 사랑하시고,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시고 애써주시던 장모님이 미국 시카고에서 소천하셨다. 그때 아내의 외로워하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세월이 가니 슬픔이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 LA에서 이민 2세와 다민족을 위해서 교회를 개척한 큰아들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원래 영화배우가 된다고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신학공부를 하고 목사가 되어 고생스럽게 개척교회를 하는 아들을 볼 때 한편으로 안쓰럽다. 최근 편지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데 교회가 생각만큼 부흥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믿음으로 소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너무나 감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위대한 철학자 키케로는 “감사하는 마음은 가장 위대한 미덕일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덕의 어버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필리핀에 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많은 난민이 생겼다. 특히 타클로반 근처 도시들이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필리핀 재해구호를 위해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현지에 갔다. 마닐라에서 업무를 마치고 세부로 가야 하는데 비행장에 와보니 저녁 7시20분에 세부행 비행기가 취소됐다고 했다. 우리는 비행기를 못 타면 일정이 어그러지기 때문에 큰일 났다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필리핀 사람들은 아무도 항공사에 항의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참을 기다려 비행기를 타고 세부에 갔다. 세부에서 배를 타고 오르목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식사할 시간이 없어 배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그것도 감사했다. 오르목이라는 항구도시에 갔더니 도시가 다 파괴되었다. 전기도 끊어지고, 수도도 끊어지고 난민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거기서 한 시각장애인 부부를 만났다. 그들에게 물었다. “이 삶이 고통스럽지 않으세요?” 그가 말하길 “집이 다 파괴되고 남은 것이 없어 현재는 친구 집 옥상에 텐트를 치고 삽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원망스럽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들은 머리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이렇게 모여서 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사람은 잃어버린 것을 원망하지 않고 가진 것에 대해서 감사했다. 감사는 전염되는 것인가. 우리는 물이 없어 세수를 못해도 감사하였고 컵라면으로 식사를 해도 감사했다. 가족과 집을 잃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불편은 불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졌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감사를 배워야 한다. 예수님은 그렇게 열심히 전도하시고 일하셨지만 누구 하나 대접해주는 사람이 없고 쉴 만한 곳도 없으셨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 하시고(눅 9:58). 감사는 선택이다. 마지막 달력을 넘기면서 감사하는 삶을 살자.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