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교회] 지구촌 고통 받는 이웃들 곁엔 늘 교회가 있었다
입력 2013-12-10 01:28
한국교회, 필리핀·아이티 등 해외 구호 활동
한국에 기독교 신앙이 전해진 지 130여년이 흘렀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한국교회는 세계교회로부터 교육, 의료, 구호 등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
한국교회의 부흥 성장과 함께 전후 경제발전, 민주화 등이 이뤄지면서 봉사와 섬김에 대한 교회 내 인식이 확대됐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재난현장에도 눈을 돌렸다. 이제 한국교회는 주요 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재난구호 사역은 지난달 발생한 필리핀 태풍 ‘하이옌’ 피해지역은 물론 2011년 동일본대지진, 2010년 아이티대지진, 2008년 중국 쓰촨성대지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돼 왔다. 보수와 진보 교회 모두 고통 받는 이웃을 향한 섬김이라는 교회 본연의 요구 앞에서는 하나가 됐다.
지난달 8일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 일대가 태풍으로 초토화되자 50여개 교단 및 연합기구가 힘을 모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중심으로 예장 통합 및 백석, 기감, 기장, 기하성(여의도순복음) 등 42개 주요 교단과 K.D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을 비롯한 3개 기독교 봉사단체들이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재해구호연합)이라는 깃발 아래 모인 것이다. 이들은 필리핀 타클로반 북부 오르목시에 들어가 1인당 쌀 10㎏씩 2t의 식량을 전달하고 현지 교회를 방문해 성금을 지원했다. 또 중·장기 지원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도 재난 발생 3일 만인 지난달 11일부터 현지에 들어가 긴급구호 활동을 펼쳤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구호사역에는 아이티연합교회와 상하이한인연합교회,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 남서울교회(화종부 목사),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등 국내외 수십개 교회가 동참했다. 월드비전과 기아대책, 굿피플 등 기독NGO들은 수십만 달러의 긴급구호기금을 현장에 보냈으며, 저마다 목표를 세우고 모금 및 구호활동을 진행 중이다. 굿피플과 기아대책은 재난(응급)의료팀을 파견해 태풍으로 부상당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진료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도 한국교회는 연합구호사역을 활발히 진행했다. 불행한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성도들은 1년간 50억원 이상의 성금을 모아 일본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펼쳤다. NCCK와 한교봉을 중심으로 한 일본재해공동대책협의회는 총 36억여원을 모금해 전달했으며,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 한국구세군 등 개별 교단도 각각 모금활동을 벌여 일본을 도왔다.
2010년 1월 발생한 아이티대지진은 한국교회와 기독NGO 등의 역량이 총집결된 구호사역이었다. 올해 초까지 주요 교단과 기독NGO 등이 아이티 대참사 구호를 위해 모금한 성금은 160억여원에 이른다. 당시 한교봉이 37억원, 예장통합교단이 36억원, 월드비전 26억원, 기아대책 25억원 등을 모금했다. 무엇보다 NCCK를 중심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교봉 등 주요 교단 및 기관들이 ‘아이티한국교회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연합 구호활동을 펼친 것은 ‘에큐메니컬 구호사역’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이 전후의 폐허를 딛고 짧은 시간에 ‘도움받는 나라’에서 ‘도움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데는 한국교회와 기독NGO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