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모금전문가’ 조 색스턴 NFP시너지 대표 “훌륭한 NGO 되려면 기업 세일즈법 배워라”
입력 2013-12-09 01:45
NPO공동회의가 지난 2∼3일 개최한 ‘나눔문화 선진화 콘퍼런스’가 성황을 이뤘다. 2일의 강연에는 500명이 넘게 왔고, 다음날 하루 종일 이어진 워크숍에도 NGO의 대표부터 신입직원까지 100여명이 모였다. 주로 효과적인 모금 전략과 기부 문화 확산에 관한 내용이었다. NPO공동회의 김희정 사무국장은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준비한 행사여서 얼마나 참석할지 걱정했었는데, 선진국의 모금 문화를 알고 배우려는 수요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강사로 참여한 영국 비영리단체 컨설팅기관 NFP시너지의 조 색스턴 대표를 3일 저녁 만났다.
-한국은 첫방문인데. 콘퍼런스는 어땠나.
“좋았다. 아주 흥미로웠다. 한국NGO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고액기부자를 설득하는 방법과 전략에 관심이 많았다.”
-영국과 비교해 다른 점이 있었나?
“꽤 달랐다. 영국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한국NGO들은 해외 문제로 모금을 많이 한다는 점이었다. 영국 같았으면 암환자나 심장질환, 정신병, 장애인을 돕자는 이야기가 많았을텐데,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한 한국 단체 중에 암이나 질병 문제를 거론한 곳이 없었다. 정말 달랐다. 또 한국NGO들은 아프리카 문제를 많이 이야기했다. 영국에서는 아프리카와 함께 인도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NGO들도 인도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럴 것으로 믿는다. 또 다른 점은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등 국제적인 단체의 한국지부가 많이 눈에 띄었다. 또 최근 10여년만에 급성장한 한국 토종 단체들이 많은 점도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가게’도 그렇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단체도 인상적이었다.”
-영국NGO들은 어떤 문제에 관심이 많은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년의 건강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암이나 치매에 걸려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아마 한국에서도 앞으로 이런 고령화 문제가 점점 더 큰 문제가 되고 이와 관련된 NGO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세상에 노인 복지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정부는 없기 때문이다.”
-NGO들이 점점 더 고액기부와 기업의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부자들이 기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자들과 기업의 기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 꼭 엄청난 부자가 아니라도, 소득에 여유가 있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에 공헌하려는 이들도 많아진 것이다. 나눔과 기부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그만큼 더 성숙했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에선 6.25전쟁 당시 한국이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이 외국을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강한 인상을 줬다.”
-모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passion)이다. 모금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 서류나 자료를 가지고만 기부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 당신이 하는 일이 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모금에 성공할 확률이 훨씬 커진다. 인내심도 필요하다. 모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단체의 이름이나 캠페인 타이틀은 열정을 보여주는 통로다. 현대인들은 항상 바쁘다. 브랜드를 통해 열정과 신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모금과 기부가 때로는 쇼핑처럼 보일 때가 있다.
“훌륭한 NGO가 되려면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법을 보고 배워야 한다. 하지만 NGO가 슈퍼마켓이 되어선 안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줘야 한다. 사실 기업도 갈수록 NGO처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려고 한다. NGO는 그보다 더 앞서 가야 한다.”
-비영리기관을 위한 모금에 뛰어들게 된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나.
“내가 20대 중반에 브라질에 갔을 때였다. 어느 허름한 식당에 앉아 대충 식사를 하는데. 굶주린 개 한 마리가 다가왔다. 그 개에게 음식을 던져줬는데, 곧 5∼6살 돼 보이는 아이가 와서 그 음식을 먹었다. 그러자 10대 아이들이 내게 다가왔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영국인들도 동물을 사랑하지만, 아이들과 동물이 같은 취급을 받지는 않는다. 이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