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사옥은… 조형성·건축미 탁월 서울 북촌 정서와 어울려

입력 2013-12-09 01:43

공간사옥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인 김수근(1931∼86)이 1971년에 설계했다. 자신의 아틀리에로 삼은 이 건축물은 1970년대 초와 후반 두 차례에 걸쳐 덧대어 지었다. 검은 벽돌로 지은 공간사옥은 밖에서 보면 좁고 긴 네모반듯한 덩어리들로 이뤄져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한 내부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공간사옥의 조형성과 건축미학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울 북촌의 도시 정서와 맞닿아 있다. 김수근 사후 공간을 이끌었던 2대 장세양 대표의 신사옥, 1996년 장 대표 사후 지금까지 공간을 이끌고 있는 이상림 대표의 ‘ㄷ’자 형태의 한옥이 마당을 중심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꼽힌다.

본관 지하에 자리 잡은 소극장은 건축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애용한 공간으로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초연과 공옥진의 1인 창무극 ‘병신춤’ 공연이 수시로 열리기도 했다.

공간사옥에는 매주 토요일이면 건축을 배우고 김수근을 알고자 찾는 학생들의 답사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건물을 운영하는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매각설이 나돌았다.

김수근문화재단(이사장 박기태)이 나서 공간사옥의 공공화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문화예술인 11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간사옥의 보존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공개경매에 부쳐져 유찰된 후 김창일 아라리오갤러리 회장이 매입했다.

문화재청은 이 건물에 대한 조사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근대문화재로 등록할 방침이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