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최저임금 인상, 美 정치 이슈 부상
입력 2013-12-09 01:41
미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이슈를 넘어 정치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약 7690원). 각 주(州)도 독자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 다만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이상이 돼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운동의 중심에는 대표적인 저임 업종인 패스트푸드 업체 근로자들이 있다. 지난 8월에 이어 5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수천명의 패스트푸드 업체 종업원들이 동맹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현 최저임금으로는 생계유지도 힘들다며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보다 2배로 올리자는 주장이다. 패스트푸드 업체와 가맹점들은 그렇게 되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15달러’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현실화에 찬성하는 전문가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경제학과 아린드라지트 두브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근로자 시급이 15달러로 되면 햄버그 등 패스트푸드의 가격을 20%가량 인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가맹점들이 무인 자동화서비스를 늘려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완만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지지 여론이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루스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세금을 전혀 쓰지 않고도 미국 경제에 매우 필요한 경기 부양책을 쓴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부족으로 내년 초부터 미국의 빈곤층 식료품비 지원 및 장기 실업수당 등 공공지출이 급감해 소비 회복을 약화시킬 것이므로 최저임금 인상이 이 악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론은 경제학적으로도 탄탄해 두 배로 올리는 식의 과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인상이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루스는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워싱턴·뉴저지 등 독자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주도 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일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의 시급한 문제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와 경제에 모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0.10 달러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도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정치 의제로 삼을 태세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