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장례식, 사상 최대규모 ‘지구촌 행사’ 예고
입력 2013-12-09 02:44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약 50년 만에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치러질 전망이다. 앞서 세상을 뜬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나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때만큼이나 성대한 장례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6일(현지시간) 내다봤다.
남아공에 주재하는 영국정부 고위 외교관은 “그는 (한 나라를 넘어) 전 지구적 영웅”이라며 “처칠 이래 가장 큰 국장이 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1965년 1월 런던 세인트 폴 성당에서 엄수된 처칠의 국장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성대했던 장례식으로 남아 있다. 전 세계 112개국 정상과 외교 당국자가 현장에 와서 장례식을 지켜봤다.
2005년 4월 로마 바티칸에서 치러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장례도 비교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당시 각국에선 정상만 80여명이 조문했다. 대통령과 총리 70명, 여왕 6명, 왕 5명 등이었다. 전체 조문객은 200만명이 넘었다.
남아공 대통령실은 만델라 추모행사가 열리는 10일 요하네스버그 FNB 월드컵경기장에 대규모 추모객이 몰려 수용 인원인 9만5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만델라는 추모행사 후 바로 묻히지 않고 그가 생전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던 수도 프리토리아의 유니언 빌딩에 11~13일 안치됐다가 15일 고향 쿠누로 옮겨져 안장된다.
가디언은 “남아공 정부 내부 문건을 보면 당초 만델라의 장례는 12일간 치르는 걸로 계획돼 있었다”며 “이 잠정안은 1년도 더 전에 작성됐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정부가 만델라의 장례를 역사적 행사로 보고 미리 준비했다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에게 보낸 전문에서 “만델라 전 대통령의 업적은 남아공의 다음 세대가 정의와 공익을 정치적 이상의 최우선 목표로 삼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는 10일 만델라 추모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등 현재 살아있는 전·현직 미 대통령 대부분이 참석한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찰스 윈저 왕세자가 남아공에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장례 마지막 날인 15일 방문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9일 정부 전용기를 타고 남아공으로 출국한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왕세자가 해외 왕실과 무관한 인사의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도 정부 조문사절로 파견된다.
호주에서는 토니 애벗 총리와 야당인 노동당 대표 빌 쇼튼이 10일 남아공을 방문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같은 날 간다. 아프리카 각국 정부도 만델라 추모행사 참석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9일(한국시간) 조문사절단을 이끌고 간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록그룹 U2의 보컬 보노,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등도 현지 추모행사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웅장한 장례식은 만델라가 바라던 바와는 다르다. 생전 그는 국가적 장례를 치르지 말고 간소한 묘석을 세우라는 지침을 남겼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