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상 첫 159개국 무역협정 타결

입력 2013-12-09 02:51

세계무역기구(WTO) 159개 회원국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무역협정을 타결했다. 2001년 도하개발어젠다(DDA) 출범 이후 12년 만의 성과이자 1995년 WTO 출범 후 첫 무역협정이다.

제9차 WTO 각료회의 의장인 기타 위르자완 인도네시아 무역장관은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각국 대표들이 3개 부문 10개 합의문으로 이뤄진 ‘발리 패키지’와 이를 승인하는 각료 선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발리 패키지는 ‘조기수확(Early Harvest)’ 대상으로 협상해온 무역원활화, 농업 일부, 개발·최빈 개도국 이슈 등 3개 부문에서 최종 합의문을 도출했다. 조기수확은 DDA 협상 전반을 일괄 타결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합의 가능한 분야에서 우선 협상을 진전시키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접근 방식이다. 무역원활화는 통관 절차 간소화와 무역규정 공표, 세관 협력 등을 내용으로 한다. 농업 분야에서는 TRQ(저율할당관세) 관리 개선, 개도국 식량안보 목적의 공공비축 운영과 관련한 보조 한도 초과 시 일시적 분쟁 자제 등이 담겼다. 개발·최빈 개도국에 대해선 개도국 우대규정 이행 현황을 점검해 필요 시 개선 방안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특혜 원산지 기준 완화 등 무관세 무쿼터 시장 접근을 확대키로 했다. 피터슨연구소는 무역원활화 협정이 발효되면 전 세계적으로 1조 달러 이상의 수출 증대 효과 및 200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이번 합의로 통관 절차가 개선되면 우리 기업의 수출입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1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무역원활화 협정 발효로 무역 비용이 10% 낮아지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역시 8.7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수산업 분야도 TRQ 관리 개선과 관련해 개도국 입장을 반영함에 따라 우리 농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선진국으로의 농수산업 수출은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WTO의 존립 가치를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으나 향후 각국 정부 승인 과정에서 이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