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논술 정규 과목화 논란 확산] 가르칠 교사도 없는데…

입력 2013-12-09 01:38

내년부터 논술을 고등학교 정규과정에 포함시킨다는 교육 당국의 발표에 상당수 고교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교육 의존도를 줄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준비 없이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서울대가 논술을 폐지하는 등 대학가에선 논술전형 축소 움직임까지 일고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수능 직후 논술학원가에 전국 각지에서 수험생이 몰려들 만큼 사교육이 활개 치는 동안 학교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번 기회에 논술을 정규 교사들이 책임지고 가르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누가 무엇으로 가르치나=일선 고교를 가장 괴롭히는 건 담당 교사 문제다. 학원에선 논술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강사들이 매년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예상문제를 뽑아 대비한다. 학생맞춤형 교수법은 기본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반면 학교에선 국어·사회 교사가 논술을 가르쳐야 할 형편이다. 현실적으로 논술 교과만 담당하는 전문 교사를 따로 둘 수 없어 사교육과 경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이과생들이 준비하는 수학·과학 논술을 국어·사회 교사가 가르치기는 무리다. 논술 교재를 개발해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일반고는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학교에서 사용하도록 공인된 교재도 없다. 특히 주요 대학 진학률이 떨어지는 일반고에서는 논술 수업을 원하는 우수 학생에게 “가르칠 사람이 마땅치 않다”며 노골적으로 학원으로 내모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도 부천의 한 고교 교감은 “현재 국어·사회 교사들이 제대로 가르칠지 의문이고 학생들이 이에 호응할지도 모르겠다”면서 “강사를 채용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 주변 학교들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대학 엇박자, 학부모 “어느 장단에…”=정부는 대학에 논술시험 출제 때 정규 고교 과정을 넘어선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대입전형 간소화에 맞춰 논술 비중을 줄이라고 압박해 왔다. 교육부는 8일 논술 전형 등의 선발 인원을 늘리면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당국은 논술 비중을 낮춘다지만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완화되고 내신 우수자나 비교과 전형 지원자 수는 제한적이어서 현실적으로 논술 영향력은 강화될 전망”이라며 “일선 학교들이 짧은 시일에 학원의 경쟁력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해 정규과목화가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생·학부모들은 대학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처지다. 중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김모(47·여·서울 대방동)씨는 “논술을 폐지하는 대학도 있는데 (논술 정규과목화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논술과 관련해 입시컨설턴트라도 찾아봐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입뿐 아니라 글쓰기 기초를 닦는 차원”이라면서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수를 실시하고 기본 교재를 제공하는 등 논술 수업의 질적 측면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