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빚 독촉 제한] 금감원 “채무자 도덕적 해이 보호 아니다”
입력 2013-12-09 01:37
파격적으로 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업계는 불만이 컸다. 일부 대부업체는 금융감독원의 내규 반영 점검이 이뤄진 지난달까지도 극렬히 반발했다. “손발 다 묶어 놓고 돈을 어떻게 받으라는 것이냐”는 항변이었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난 6월 독촉 횟수 제한을 처음 언급했지만 전 금융권 내규 반영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다.
하지만 금감원은 실효성 없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채권추심의 폐해가 더 컸다는 판단으로 가이드라인을 결국 관철했다. 8일 금감원 관계자는 “채무자가 생업에 종사토록 보호해주는 것이 더 빠른 상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3번 접촉해도 못 갚는 사람이면 10번을 압박해도 어차피 못 갚을 것이며, 폭력적인 독촉에는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채무 자체를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며, 정당한 채권추심은 보호한다”며 업계의 도덕적 해이 우려를 불식시켰다. 가이드라인은 “채권추심행위는 채무자가 약속을 어겨 이뤄지는 것이고, 채무자는 고의적으로 변제를 회피하면 안 된다” “정당한 채권추심에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응해야 한다”며 채무자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은 그간 원성이 높았던 제2금융권의 관행 개선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채권추심 전문회사는 금융권에서 부실채권을 5% 정도 가격에 사들인다”며 “원리금을 모두 받아내면 20배의 수익이 생기는 등 이익과 직결된다는 생각에 무리한 추심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장애인의 가재도구까지 압류하던 악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는 겁박의 수단일 뿐, 팔아 봐야 얼마 나오지도 않는 실효성 없는 압류로 판단해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대부업계의 전화녹음시스템 구축을 독려하기로 했다. 향후 검사 과정에서 채권추심 직원과 채무자의 통화내용을 분석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인지 추심업체의 불공정 행위인지를 따질 생각이다. 금감원 양현근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수많은 군소 대부업체까지도 독촉 횟수 제한 등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