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구역 확대] 美 “사전협의 긍정 평가”-日 “민간 항공기 영향 없을 것”

입력 2013-12-09 03:33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성패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반응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적 근거가 약해 주변국이 KADIZ 확대를 인정해야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고, 확대된 지역에서의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확장’ ‘확대’ ‘국익’이라는 표현을 자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KADIZ 관련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되 주변국들과의 갈등이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안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ADIZ 확대 문제를 총지휘한 김 실장은 8일 “정말 잠이 안 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해 그동안 주변국들과 이견 조율 등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충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정부가 KADIZ 확대 발표를 앞두고 주변국들에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준비기간 동안 인접국과 후속조치를 협의하기로 한 것도 ‘로키(low-key) 스탠스’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는 한미연합사령관과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사전 설명을 했고, 중국과 일본은 외교 채널과 국방 채널 등을 통해 수차례 사전 설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이날(현지시간) 새벽 즉각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이웃 나라와 사전 협의를 통해 책임 있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 행동(KADIZ 확장)을 추구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긍정적으로 발표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KADIZ 확대 문제에 대해 “조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이 검토하는 향후 조치에 대해 의견을 같이한다(we’re on the same page)는 점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만간 일본 방위성과 후속조치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일본 측은 우리 정부의 사전 통보 과정에서 우발충돌 방지 등 추가적인 협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반응은 차분했다. 이번 조치로 한·일 방공식별구역이 일부 겹치게 된 데 대해 총리 주변 인사는 “민간 항공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리는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민항기에 대해 사전 비행계획을 내라고 하는 중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동북아 안보 불안지수를 높일 새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는 당분간 협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는 당장 협의에 착수하지 않고 동향을 지켜본 뒤 중첩지역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과 중국신문망 등 중국 매체는 KADIZ 확대 소식을 긴급 보도하면서 한·중 간 분쟁지역인 이어도가 포함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재중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