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구역 확대] 우리 영공·수역 접근하는 모든 군용기 통제 가능해져

입력 2013-12-09 03:31


8일 정부가 새로운 방공식별구역(KADIZ)을 발표한 것은 해양과 공중에서의 주권수호와 국익보호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정부는 새로운 KADIZ를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는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시켜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주변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국제 규범과 변화된 영해 개념 적용=정부가 비행정보구역과 KADIZ를 일치시킴으로써 우리 영해와 수역으로 접근하는 군용기를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1951년 미 태평양 공군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KADIZ를 수정해 역사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영해 개념이 변했음에도 기존 KADIZ는 이를 반영하지 않아 마라도와 거제도 남단 홍도 영공의 일부가 제외됐었다. 또 이원화됐던 민항기와 군용기의 통제 영역이 일치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도 KADIZ 확대안의 소득이다.

비행정보구역 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에 대해서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비행정보구역에서 사고발생 시 탐색과 구조활동은 해당 구역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데 KADIZ와 이 구역이 다르면 군용기를 투입할 때 일일이 주변국에 통고해야 한다.

KADIZ가 확대돼도 민항기 운항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민항기는 기존 비행정보구역을 준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민간 항공사가 항공기 운항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말해 중국에 운항정보를 사전 통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민간 항공사들은 국토교통부의 지침을 따른다는 방침으로 관련 부처에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해·공군 감시와 정찰임무 확대=군사적으로는 부담이 늘었다. KADIZ가 남쪽으로 최대 236㎞까지 늘어나 군의 감시·정찰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특히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만큼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간 우리 군용기가 이어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진입할 때는 10분 전 비행계획서를 일본에 통보했다. 마라도와 홍도 남단 영공의 JADIZ에 진입할 때는 비행계획을 알리지 않았다. 이제 이어도가 우리 KADIZ에 포함돼 우리 군용기가 진입할 때 다른 나라에 통보할 의무는 없어졌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중첩 지역에 대한 3국의 합의가 없는 한 이어도 상공은 불안한 지역으로 남게 된다.

군은 제주도 레이더 기지와 오산 공군중앙방공통제소(MCRC)의 레이더 탐지거리가 300㎞ 이상이어서 확대된 KADIZ에 근접하는 항공기 식별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상기후 등으로 제한되는 점을 감안, 해군 함정의 레이더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어도 해상에 대해 군함의 정찰을 정례화하고 1주일에 2∼3회 정찰하던 해군 초계기 P-3C는 매일 1회 정찰키로 했다.

KADIZ에 접근하는 항공기를 근접거리에서 식별하고 저지해야 하는 전투기는 충분한 작전시간 확보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해졌다. 현재 KF-16의 경우 무장을 하면 이어도에서는 5분 정도, F-15K는 20여분밖에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 공군은 F-15K를 순환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공중급유기 도입으로 작전시간을 늘리거나 광주공군기지나 제주도 등 이어도와 가까운 지역에 F-15K 등이 배치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