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2년-北 어디로 가나] (상) 1인 지배체제 굳힌 김정은호

입력 2013-12-09 01:28


권력 승계 완료했지만 ‘경제-핵’ 택일해야 할 처지

북한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실각 사실을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1인 지배체제 공고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이 만만치 않아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김 제1위원장이 ‘경제냐 핵 보유냐’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북한 매체에서 사라진 장성택=북한은 관영 매체에서 장 부위원장의 기사나 사진을 삭제함으로써 공개적인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8일 국민일보가 확인한 결과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6일 장 부위원장의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 면담 기사를 최근 삭제했다. 이 기사는 장 부위원장의 마지막 공개 활동을 보도한 것이었다. 지난 6일만 해도 조선중앙통신에서는 검색창을 통해 장 부위원장 이름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기사가 나왔지만 8일부터는 전혀 검색되지 않았다. 앞서 조선중앙TV도 지난 7일 김 제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기록영화를 재방송하며 총 17군데에서 장면 대체, 자르기, 확대 등의 방법으로 종전에 나왔던 장 부위원장의 모습을 지웠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주말 장 부위원장 기사 및 사진 삭제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인이자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도 그의 실각을 막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기도 불가능해 보인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별거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김 비서가 더는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측근인 이용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이권 사업인 외화벌이 사업을 하다 기관 간 충돌해 갈등이 불거진 것”이라며 “김 제1위원장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을 시켜 이들을 내사해 공개처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력 공고히 한 김정은, 불확실성도 높아져=김 제1위원장은 집권 후 2년 동안 당의 경우 부장급 이상 96명 중 38명(40%)을, 내각에선 상(相·우리의 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 118명 중 47%인 55명을 물갈이했다. 군도 잦은 보직이동을 통해 군단장급 이상 간부 중 44%를 교체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2인자였던 장 부위원장이 실각하면서 김 제1위원장은 당·정·군을 완전 장악하고 1인 지배체제를 굳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김 제1위원장은 자신이 (북한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어 한다”며 “김 제1위원장이 그의 고모부인 장 부위원장을 해임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부위원장의 실각으로 김 제1위원장에게는 국정운영 경험과 경륜을 갖춘 든든한 정치적 보호자가 없어졌다. 김 제1위원장이 국정 장악력과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혼란과 불안정만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외관상 김정은 사람,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 승계가 완료된 것으로 보이나 불안정성도 증대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외적으로도 ‘친중파’인 장 부위원장이 실각함에 따라 김 제1위원장이 내세우는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이 사면초가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