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부대 샬롬교회 ‘성경필사 전시회’ 르포… 낮엔 훈련·경계, 밤에는 성경필사
입력 2013-12-08 20:20 수정 2013-12-09 02:57
8일 오전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있는 이기자부대 상승독수리연대(연대장 김기영) 소속 샬롬교회에서는 아주 특별한 말씀잔치가 열렸다. 이 교회에 출석하는 장병들이 지난 9월 중순부터 성경을 정성스레 필사한 공책들을 예배당 앞에 가지런히 전시한 것. 장병 중 12명은 마태복음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신약 전체 필사에 도전, 공책 4∼5권을 가득 채웠다.
성경필사는 장병들의 부족한 성경지식을 채우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이 교회 엄무환(54) 목사는 “훈련 등으로 바쁜 장병들이 성경지식이 부족해 자연스레 ‘성경필사를 통해 신앙을 기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성경필사를 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성경필사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엄 목사는 “신약을 필사하려면 420페이지 가량을 써야 한다”면서 “쓰다보면 손 허리 눈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쓰다 틀리면 고치고 다시 써야 하니 짜증도 나곤 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중도포기하는 장병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필사자에게는 부대의 협조를 받아 4박5일 포상휴가증을 선물하고, 전문 강사를 초청해 성경필사 및 암송, 통독방법에 대해 강의한다. 매달 ‘성경 골든벨을 울려라’는 성경퀴즈 대회도 열고 있다.
3개월 전에 시작한 성경필사에는 70여명의 장병들이 참여했다. 샬롬교회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날 ‘제1차 성경필사 전시회’를 열었다. 주일예배 후 2부 시간에는 필사자들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구약 성경을 모두 통독한 군 지휘관도 함께 시상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김지철 목사) 군선교부는 이 소식을 듣고 필사자들에게 문화상품권을 제공했다.
성경필사는 병영생활 문화를 바꿔놓았다. 하루일과를 마친 뒤 TV를 시청하는 대신 성경필사하는 장병들을 위해 TV를 끄고 조용히 책을 읽는 등 경건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휴게실, 도서관 등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성경을 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장병들은 성경을 한 자 한 자 쓰면서 신앙이 더욱 깊어졌다고 간증했다. 반신반의했던 성경을 확실하게 믿게 됐다는 장병들이 줄을 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새벽기도회와 토요 중보기도회에 참석하는 장병들이 두 배 늘었고 기도 열기도 뜨거워졌다. 특히 믿음이 없었는데도 포상휴가 때문에 성경필사를 시작했다가 예수님을 영접한 장병이 5명이나 나왔다.
필사자들은 이날 성경필사 과정에서 체험한 은혜를 나눴다. 김승준(20) 일병은 이날 200여명의 동료 병사 앞에서 “성경필사를 하면서 신앙심이 깊어지고 흔들렸던 마음이 안정됐다”고 간증했다. 이진재(20) 상병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만 끝까지 필사에 도전하면서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거듭난 내가 자랑스럽고 남은 군 생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성경필사 행사에 이어 내년 1월 5일에는 ‘제1회 성경암송대회’도 연다. 전 교인은 내년 4월 착공 예정인 부대 내 교회건축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엄 목사는 “장병들의 교회에 대한 소속감이 커지고 기독교인이라는 자부심도 강해졌다”며 “성경필사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장병들은 전역을 해서도 모범적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