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세계핸드볼선수권 출전 ‘우생순’ 우선희 “태극마크는 2014년까지… 이젠 가정 돌봐야죠”
입력 2013-12-09 01:33
날렵한 표범 같았다. 공만 주면 질풍처럼 코트를 가르고 솟아올라 골을 터뜨렸다. “우선희∼ 골!”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연신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7일 오후 10시45분(이하 한국시간) 시작된 대한민국과 몬테네그로의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A조 첫 경기. 라이트 윙 우선희(35·삼척시청)는 선발 출장해 6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8골을 터뜨렸다.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한 우선희는 ‘베스트 플레이어’로 선정됐다. 그러나 한국이 22대 24로 패해 조금도 기쁘지 않은 듯했다.
“너무 속상하죠. 후배들과 조금만 더 호흡을 잘 맞췄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아쉬운 패배를 자기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자기 몫 이상을 했다. 승부욕이 강한 그는 “팀이 이기지 못하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며 얼굴이 굳어 있었다.
우선희는 요즘 대표팀 생활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우생순’ 주역으로 활약한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오른쪽 무릎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다치지 말고 훈련을 잘해 베이징에서 꼭 금메달을 따자고 후배들을 다독였는데, 정작 제가 개막 두 달을 앞두고 다치고 말았어요. 정말 속이 상했죠. 아테네올림픽 결승 때 덴마크와 2차 연장까지 간 뒤 승부던지기에서 패해 은메달에 그쳤던 한을 꼭 풀고 싶었거든요.”
우선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예선 5경기와 8강, 4강, 3∼4위전까지 8경기 연속으로 풀타임을 뛰었다. 8년을 기다렸던 올림픽이었다. 코트에 ‘우생순 투혼’을 남김없이 쏟아냈다. 국민들은 그의 놀라운 투혼에 큰 감명을 받았다.
“런던올림픽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였어요. 후배들보다 한발이라도 더 뛰고 싶었는데, 갈수록 체력이 바닥에 떨어져 마음고생이 많았어요. 아픈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 준 후배들이 고마워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언제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싶으냐는 질문에 우선희는 잠시 망설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도 절 불러 주면 고마울 거예요. 하지만 내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만 국가대표로 뛸 계획입니다.” 그 이유는 가족과의 약속 때문이다. “올해로 결혼 9년차인데 이제 가정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너무 늦기 전에 아이도 가져야죠.”
몬테네그로전이 끝난 뒤 우선희는 후배들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후배들이 큰 대회 경험이 부족해 몬테네그로전에선 평소 실력의 60%밖에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요. 후배들이 조금만 더 악으로, 깡으로 싸워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첫 경기에서 졌지만 실망하진 않아요.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잖아요. 다음 경기부턴 모두 제 기량을 다 펼쳐 보여 줄 겁니다.”
베오그라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