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불량 상장사 300곳 부채율 금융위기 후 최고

입력 2013-12-09 01:43

국내 기업의 재무구조는 소수의 최상위 기업들만 개선되고 하위 기업들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좀비 상태’에 가까운 기업 비중도 갈수록 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1501개 비금융 상장사 가운데 부채비율 최상위 300개사의 평균 부채비율이 지난 6월 말 기준 279.2%로 지난해보다 35.7% 포인트 늘었다고 8일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 말(259.3%)보다도 높은 수치다. 올해 6월 말 부채비율 차상위 300개사의 평균 부채비율도 127.4%로 2009년 6월 말 수준(129.0%)에 근접했다. 전체 기업의 부채비율은 90% 안팎으로 안정적이지만 재무상태가 안 좋은 기업들의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 추이를 보면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1501개 비금융 상장사의 이자보상비율 평균은 2009년 상반기 292.8%에서 올해 상반기 425.8%로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이자보상비율이 1000%를 넘는 영업이익 상위 5개사(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LG화학)를 뺀 1496개사의 이자보상비율 평균은 265.1%에서 245.0%로 낮아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대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의 비중은 2011년 1분기 29.0%에서 올해 2분기 37.9%로 확대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석원 책임연구원은 “향후 금리가 오르고 수익성 정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부채상환 능력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에 따르면 금리 상승과 수익성 악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금리가 1% 포인트만 올라도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으로 떨어지는 기업 비중이 현 37.9%에서 40.0%로 커진다. 또 금리 상승과 영업이익률 1% 포인트 하락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엔 이자도 못 갚는 기업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7.1%로 확대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