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설비투자 제자리… 0.1% 증가 그쳐

입력 2013-12-09 01:31


기업경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설비투자 규모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증가분이 모두 대기업에 집중돼 중견·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운 2014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책금융공사(정금공)는 8일 주요 사업체에 대해 ‘2013년 설비투자 잠정실적 및 2014년 설비투자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거의 동일한 131조1000억원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전년 설비투자 규모보다 고작 0.1% 늘어난 수준이다. 정금공은 다만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이번 조사보다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조사된 올해 설비투자 잠정실적 규모도 연초에 수립했던 139조9000억원보다 무려 6.3%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상반기 실적 부진을 감안해 하반기 투자 계획을 늘린 것이 이번 조사에 반영된 만큼 내년 조사에서 확정될 규모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는 지난 10월 7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3064개 주요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올해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돈을 쏟지 않은 건 그만큼 경기 회복이 더뎠기 때문이다. 정금공은 “올해 경기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고 장기 저성장에 돌입하면서 투자심리도 굳어 기업들이 주춤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내년에는 전체 설비투자 규모는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정금공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3.9% 늘어난 136조2000억원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점진적 회복세가 국내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다. 지난해에 하지 못한 투자분이 이연된 효과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장밋빛 전망이 대기업에 국한된 얘기라는 점이다. 대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107조8000억원에서 내년 113조8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견기업 전망은 16조6000억원에서 16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전년(6조6000억원)보다 7.1% 줄어든 6조1000억원으로 전체 설비투자 규모의 4.5% 수준에 머물렀다.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는 2011년 8조8000억원에서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설비투자에 제대로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35.4%는 ‘수요부진’을 들었다. ‘불확실한 경기전망’이라고 답한 기업도 34.4%에 달했다. 정금공은 “대부분 업체가 수요부진에 심각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적극적인 내수 진작과 수출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