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공포… 각종 호흡기 질환 유발 면역기능까지 망가뜨려

입력 2013-12-09 01:29


최근 들어 연무현상으로 수도권 하늘이 뿌옇게 뒤덮이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주 원인은 중국서 날아온 미세먼지다. 중국에서 발생한 스모그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도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호흡하는 미세먼지의 약 30∼50%는 중국에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본보 6일자 8면 참조).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하게 침투해 기관지와 폐에 쌓이는 초미세먼지는 각종 호흡기 질환의 직접 원인이 되며 몸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와 그 피해를 줄이는 생활수칙을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미세먼지 늘리는 자동차공해 저감대책 필요=미세먼지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로 지름 10㎛ 이하의 부유 먼지를 말한다. 이 미세먼지 중 지름이 2.5㎛이하인 것들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초미세먼지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70% 이상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다.

흔히 황사와 혼동할 수 있으나, 황사는 사막의 흙먼지가 제트기류를 타고 퍼지는 반면 미세먼지는 대부분 대도시의 공업 밀집 지역 등에서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 동안 국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40%까지 감소했으나 초미세먼지는 되레 증가했다. 2012년 전국 11개 측정소 가운데 6곳에서 연평균 기준 25㎍/㎥를 넘어섰다. 이는 뉴욕(13.9㎍/㎥)의 배 수준에 이르는 오염도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 및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켜 노약자들의 사망률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에서만 연간 2만 여명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게 되고, 80만여 명이 폐기관지 질환을 얻어 병원을 찾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세먼지, 폐포에 쌓여 천식과 호흡곤란 유발=미세먼지가 인체에 위험한 이유는 입자가 작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머리카락 굵기도 안 될 정도로 작다. 머리카락 굵기는 평균 50∼70㎛인데, 미세먼지(10㎛)는 이런 머리카락의 7분의 1, 초미세먼지(2.5㎛)는 30분의1 정도 굵기에 불과하다.

우리 몸은 호흡기를 통해 받아들인 먼지를 1차 코털로, 2차 기관지 섬모로 거르는 과정을 밟는다. 초미세먼지는 이를 거침없이 통과, 폐포에 흡착된다.

미세먼지 등이 폐에 축적되면 기관지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에 걸리고 면역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미 호흡기질환이 있었던 사람은 증상이 악화된다. 미세먼지의 독성물질은 모세혈관에도 파고들어 혈액의 점도를 높이면서 심장혈관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림대 (평촌)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주영수 교수는 “호흡기질환자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콧물, 재채기, 코막힘 증상이 심해지고 기침과 객담이 증가하며 호흡곤란 증상도 심해져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반 면 마스크로는 미세먼지 흡입 못 막는다=흔히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하면 일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천 마스크와 황사 마스크는 10㎛ 미만의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없다. 특히 요즘 문제가 되는 2.5㎛ 크기 초미세먼지를 막기 위해서는 환경부 인증 마크가 있는 방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아울러 시간당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120㎍/㎥ 이상으로 2시간 이상 지속될 때는 외출을 삼가는 게 상책이다. 부득이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엔 귀가 후 반드시 손과 발을 깨끗이 씻는다. 특히 호흡기관인 코와 입은 물로 충분히 헹궈주는 것이 좋다.

몸 밖으로 가래를 배출하는 일을 하는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게 물을 수시로 충분히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기관지 확장작용이 있어 천식 치료제로 사용되는 테오필린(theophyline) 성분이 많은 녹차를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는 청소를 할 때도 창문을 닫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미세먼지를 걸려주는 헤파(HEPA)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을지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수영 교수는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도로, 건물, 나무 등에 미세먼지가 내려앉은 상태이기 쉽다”며 “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된 뒤에도 하루에서 이틀 동안은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