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입장에서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 다뤄야

입력 2013-12-09 01:47

여야, 언행 신중히 하고 특단의 협상력 발휘하라

10일로 회기를 마감하는 올해 정기국회는 사상 최악이란 평가를 받게 됐다. 새해 예산안을 법정시한(12월 2일) 내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핵심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입법 제로’란 비난을 면하기 위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 비 쟁점 법안 수십 건을 한꺼번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면피 작전이다. 국회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국회의원에게 세비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 원성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도 여야의 계속되는 대립으로 겉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예산안과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 핵심 쟁점법안 등을 심의·처리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난관에 부닥칠 것이란 전망이다. 임시국회가 정쟁(政爭)의 연장전이 되지 않도록 여야 지도부는 언행을 신중히 하고, 특단의 협상력을 발휘해야겠다.

예산결산특위는 예산안을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10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할 계획이지만 상임위별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야 정쟁의 여파가 상임위 차원 심사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박근혜 예산’의 무수정 통과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사사건건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당리당략에 따른 싸움은 지겹도록 했으니 이번만큼은 국민 입장에서 예산안을 심의해야겠다.

예산안 심의에서 선심성 민원예산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주 예산소위에서 국토교통부 예산을 2조원 이상 증액해 전체회의에 넘겼다. 지역구 민원 처리용 예산 증액에는 여야가 눈 딱 감고 합의한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긴 하지만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예산안 계수조정 때 여야 실세들이 확보하는 ‘쪽지예산’이 얼마나 많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올해만큼은 쪽지예산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여야 지도부가 선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국정원개혁특위가 임시국회 순항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국정원의 국내파트 폐지 혹은 축소, 대공수사권 폐지 여부 등이 쟁점이다. 국정원을 능력있고 신뢰받는 국가정보기구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행여나 정보기관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야권 일각에선 특위에서 야당 주장에 제동이 걸릴 경우 예산안 처리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모양인데 정말로 안 될 말이다. 국정원 개혁 입법을 다소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예산안은 가급적 빨리 처리해 나라 살림살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겠다,

핵심 쟁점법안 중 부동산 등 경제관련 법안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처리가 시급하다.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를 서둘러 연말이 되기 전에 통과시키도록 해야겠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이 비중을 두고 있는 경제민주화 및 복지확대 관련 법안에 대한 심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것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