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KADIZ 선포 이후의 과제들

입력 2013-12-09 01:37

정부가 8일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했다. 6·25전쟁 와중인 1951년 미국 태평양공군이 중공군의 공습에 대비해 설정한 지 62년 만에 조정된 것이다. 기존의 KADIZ 남쪽 구역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시킴으로써 우리 영토인 마라도와 홍도 남단의 영공 그리고 이어도 수역 상공까지 포함시킨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미·중·일 등 관련국에 사전 설명을 마쳤으며, 새 KADIZ는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영토주권 수호 의지를 천명했다는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에 바로 잡았어야 했다. 우리나라 영공인 마라도와 홍도 남단 일부 상공이 일본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 있고, 이어도가 KADIZ에 포함되지 않은 기형적 구조를 어떻게 60년 넘게 방치해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의 협상 제안을 거절했고, 이어도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영토분쟁이 격화될 가능성 등 현실적인 측면들을 두루 고려한 결과로 보이나, 그렇더라도 정부의 종전 태도는 너무 소극적이었다. 매우 늦었지만 불합리한 관행을 시정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회복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동북아 하늘에 여전히 먹구름이 끼어 있는 상황에서 새 KADIZ가 발표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3일 KADIZ를 일부 침범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후 첨예해지던 중국과 한·미·일의 갈등은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이달 초에 이뤄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한·중·일 순방이 주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방공식별구역을 재정리하는 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새 조정안을 내놓음으로써 주변 강국들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정부는 향후 주변국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새 KADIZ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적극적 지지를 끌어낸 것처럼 중국과 일본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외교에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

새 KADIZ 선포에 따른 후속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온 항공기를 감시·식별하는 능력을 확보해야 하고, 불법 항공기를 저지할 수 있는 공중전력과 KADIZ 아래의 바다에서 장기간 작전할 수 있는 해군전력이 필요하다. 제주도에 설치돼 있는 감시레이더보다 성능이 뛰어난 장비를 마련해야 하고, 제주해군기지를 조속히 건설하고, 제주국제공항의 민·군 공동 사용을 검토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아울러 주력 전투기인 KF-16과 F-15K가 이어도에서 충분히 작전할 수 있도록 공중급유기 도입 역시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