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청회사 산재 책임 물은 판결 의미 크다

입력 2013-12-09 01:27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다 다친 최모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용회사와 함께 원청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대법원 3부는 “사용사업주(원청회사)가 자신의 작업장에 근로자를 파견받아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경우 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며 고용회사인 신우이엔비와 사용사업주인 평화산업이 함께 7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근로자와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원청회사에 업무상 재해 책임을 물은 첫 대법원 판결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원청회사들은 위험하고 힘든 일들을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떠넘겨 왔다. 근로기준법과 노동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다. 위험은 회피하고 책임은 ‘바지사장’들에게 넘긴 셈이다. 오죽했으면 ‘위험의 외주화’란 말이 나왔을까. 최근 11년간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80%가 영세 하청업체 근로자였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단죄해야 한다. 19대 국회에는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과 ‘하청 산재의 원청 책임강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못 벗어난다.

다단계 하청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최근 1년여 동안 13명의 산재 사망 사고를 낸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경우 사내 하청 비율이 62%에 달한다. 하청업체가 재하청을 주고, 재하청업체는 재재하청을 주는 식이다보니 영세 업체들이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안전 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근로자들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회사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 최고의 품질과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