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행복 ‘세트 포인트’
입력 2013-12-09 01:47
“어느 날, 친구가 나를 대하는 눈빛이 아주 싸늘하더라고요. 친구에게 그동안 쌓인 불만을 뒷담화한 것이 문제가 되었나 싶어 마음이 몹시 불편했지만, 이미 좋은 사람으로 포장된 나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직면할 용기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오해는 풀렸어요. 그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불만이 생길 때 당사자와 직접 나누든지, 좀 더 말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어제 만난 후배는 “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져 한동안 우울했는데, 다행히 그 문제가 풀려 요즘 행복하다”고 말했다. 행복의 요소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나눠 보면 ‘하는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가’로 압축할 수 있다.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좋은 관계가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를 가로막는 대부분의 문제는 ‘마음 상함’과 연관돼 있다. 마음 상함이란 어떤 말이나 행동 때문에 자존감에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대개 비난·배척·거절·따돌림·무시 등이 원인이다.
이런 사건들은 일상에서 자주 일어난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마음을 상하게 하고 평안을 빼앗아간다. 상황을 추측해 다른 이들을 오해하고 상처를 주는 일도 얼마나 많은가. 오해는 행동양식이나 인지구조가 다른 것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경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매우 가변적이어서 행복 수준을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가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까닭은 어떤 충격으로 인해 단지 이를 어떻게 찾고 이용하는지 경로를 잠시 잃어버렸을 뿐 손상된 파일을 복구하듯이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만의 행복 ‘세트 포인트’(set point·배구 탁구 등에서 세트의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한 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중앙난방 시스템의 자동 온도조절 장치와 비슷하다고 할까. 무슨 일을 겪든지 우리는 결국 이전의 행복 수준을 기억하는 세트 포인트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힘들 때 적잖은 위안이 됐다. 행복 세트 포인트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서 큰 스트레스를 겪을 때, 회복되면 자동 행복조절 장치가 다시 원위치로 끌어올려주는 행복 세트 포인트를 떠올리곤 한다.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