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조성수 남아共 선교사] 태권도와 선교

입력 2013-12-09 01:29


태권도 띠 색깔처럼 신앙의 색깔 레벨도 단계별로 올려줘

태권도를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는 박대열 선교사팀은 남아공의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프리토리아대학 등 여러 곳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사역하는 러스텐버그에도 오십니다. 박 선교사의 태권도 선교팀은 팀원 모두 신앙심이 깊고 지혜롭고 바릅니다. 오직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고 사는 충성스런 분들입니다.

팀장인 박 선교사는 공인 7단의 출중한 태권도 실력을 갖췄습니다. 한국에서 길러낸 제자들과 함께 남아공에서 태권도 사역을 합니다. 프리토리아에서 러스텐버그까지 자동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데 약속 시간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성실히 도와주었습니다. 박 선교사를 보면서 태권도를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이렇게 겸손하고 귀한 모습을 가졌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태권도 벨트 색깔과 함께 깊어지는 신앙

15년간 러스텐버그에서 사역한 우리는 4년 전부터 박 선교사팀의 도움을 받아 태권도를 통한 복음 전파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4월엔 남아공의 보자날라에서 시장배 태권도 대회가 열렸습니다. 박 선교사팀이 이 대회를 주관했습니다. 우리는 시 관계자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코치 심판 등 수백 명이 우리의 센터에서 숙식을 했습니다. 또 통역을 도왔고 컴퓨터 음향기기를 지원했습니다. 우리가 태권도팀과 협력했다고 하면 마치 그 팀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역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그들을 ‘후원하는 사역’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후원하는 사역을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큰 소득과 기쁨을 얻게 됐습니다. 우리가 돌보는 이 땅의 젊은 친구들이 태권도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2년 정도 지나면 이들 중 누군가는 박 선교사팀이 여는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 선교사께선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과 선교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분은 어떤 활동에든 ‘선교’라는 말을 쉽게 붙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고 이런 질문을 하신 듯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친구들이 맺어나가는 신앙의 열매를 소개하면서 조심스럽게 답을 했습니다.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신앙도 깊어지도록 돕고 있다고 했습니다.

태권도는 수련의 시간과 노력에 따라 그 수준을 비교적 정확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에게는 흰색 띠를 허리에 묶어줍니다. 점차 실력이 올라가면서 노랑 녹색 파랑 등을 거쳐 검정 벨트를 하게 되죠. 그 이후에는 1단 2단 등의 단계가 신앙에도 있다고 태권도를 배우는 친구들에게 알려줍니다.

이들에게 사도신경과 주기도문, 찬송가 5개를 외우면 신앙생활의 흰색 레벨에서 노랑 레벨로 올라가도록 했고 이와 동시에 태권도 노랑 벨트를 얻기 위한 시험을 보도록 허락했습니다. 태권도 띠의 색깔이 하나씩 높아지면서 신앙생활의 색깔 레벨도 하나씩 높아지는 것입니다.

주님을 나의 왕으로 모시기, 신앙인으로서 거짓말 하지 않기,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기, 담대하고 밝은 목소리로 말하기, 감사한 마음으로 살기, 충성스럽게 사역하기, 다른 영혼을 사랑하고 전도하며 양육하기….

태권도 승급 시험을 치를 때마다 신앙생활의 레벨도 시험을 보고 점검을 받게 했습니다. 또 신앙 레벨에 맞춰 성경의 각 권, 예를 들어 창세기를 A4 용지 한 장으로 요약하도록 해 성경이 없어도 정해진 시간 안에 그 내용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하자 ‘태권도 선교’를 부정적으로 여겼던 그 선교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태권도가 선교도 될 수 있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축구 농구 등 다른 스포츠에는 태권도와 달리 눈에 보이는 레벨이 없으니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만큼 단계별 신앙교육을 하기에 좋은 종목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선교사만이 가진 특별한 방법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선교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들었습니다.

더욱이 태권도는 올림픽 공식종목 중 하나여서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흥미를 가질 만한 것입니다. 또 남녀노소 누구든 각자의 체력에 맞게 수련할 수 있고 특히 어린이들의 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발표가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의 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흑인 문화에는 윗사람에 대한 예절이 우리 사회보다 훨씬 부족해 보입니다. 젊은 친구가 나이가 한참 많은 사람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턱 하고 쉽게 걸치곤 합니다. 건들건들 다리를 흔들며 친한 표시를 하는 것도 때로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을 잡아채듯 자신의 손으로 가져가는 행동도 더러 볼 수 있는데 이는 문화적 차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워 보입니다. 아무리 문화적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지만 이런 모습은 바르게 고쳐져야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태권도는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도록 훈련합니다. 띠의 색깔이 높은 사람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향한 존중심을 갖고 훈련을 받으면서 사회 질서를 배우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태권도를 막 배우기 시작한 흑인 청년들이 예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자비량 태권도 선교사로 자라기를

지금은 태권도를 배운 몇몇 친구들이 교회 리더로 서 있습니다. 인내하며 태권도 수련을 받았고 여러 태권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며 메달을 땄는데, 이 친구들이 신앙의 레벨도 올라간 것입니다. 때가 되면 이 친구들이 주변 아프리카 국가로 태권도 사역을 하는 선교사로 파송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같은 색깔의 피부를 가진 친구들에게 성경말씀을 잘 나눌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음식 문화, 언어, 주거 환경, 서구 열강들에 눌렸던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 어느 대륙보다 끈끈한 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 센터에서 수년 전 여러 아프리카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기아대책 훈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훈련 받으러 온 사람들은 태권도를 배운 친구들이 자기네 나라로 파송된다면 방 하나와 식사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른 문화권 선교사들이 아프리카 국가로 파송된다면 주거비와 생활비 등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이 흑인 선교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후원금만으로 생활이 가능합니다. 더욱이 태권도를 통해 적게라도 수련비를 받을 수 있다면 자비량까지도 가능할 겁니다. 예배당과 동네 회관, 학교에서 태권도를 배우며 외치는 건강하고 우렁찬 기합소리가 하나님 아버지를 찬송하며 경배를 드리는 기도 소리로 합쳐지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센터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친구들은 수련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신앙 레벨까지 향상시켜야 하는 이유 때문에 검은띠를 쉽게 따지 못합니다. 때론 멈춘 것 같은 태권도 실력 향상을 위해 강하게 교육하면 두려움을 갖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태권도 배우기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모두 이겨낸 친구들을 우리는 ‘첫째 그룹’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적극적으로 복음을 나누는 시간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이 그룹에 속하지 못한 친구들도 분발해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거듭나기를 소원합니다. 끝으로 욥의 고백을 빌려 이들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10)

조성수 남아共 선교사

● 조성수 선교사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소속 선교사, GP선교회 협력선교사

△1956년생. 84년 성결대 신학과 졸업

△87년부터 5년간 보츠와나에서 사역

△95년부터 ‘월간 한국인 선교사’ 편집인

△99년부터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