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하나님의 친구
입력 2013-12-09 01:44
25년간 텍사스 휴스턴에서 목회하신 한 목사님의 간증이다. 사역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오던 어느 날 그는 주치의로부터 강한 권고를 받았다. 심장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이므로 잠시 사역을 내려놓고 휴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안식년을 가지게 되었다. 사역 초창기부터 복음전도자로서 국제적인 사역을 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는 자기 관리에 철저했으며, 특히 매일 많은 시간을 기도하는 사역자였다.
그런데 안식년을 보내는 동안 그는 하나님께로부터 충격적인 음성을 듣게 되었다. ‘나는 네가 기도를 많이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결코 너의 온 마음을 받았다고 여기지 않는단다.’ 목사님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나님, 무슨 뜻이죠?’ 기도 중에 주시는 하나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너는 기름부음과 너의 필요가 채워지기를 위해 기도했고, 또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했다. 그것은 좋은 기도였단다. 하지만 너는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자체를 위해서는 기도시간을 갖지 않았다.’ 말하자면 그는 하나님의 ‘충실한 종’이었을지는 몰라도, 하나님의 ‘친밀한 친구’는 아니었다.
충실한 종으로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그러나 그를 향한 하나님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복음 전도자 마크 듀퐁은 전 세계를 순회하며 15년 동안 사역을 한 후 어느 날 하나님의 깊은 탄식 어린 한마디에 생애의 전환기를 맞았다고 한다. ‘나를 섬기는 종은 많지만, 나의 친구는 너무도 없구나.’ 이 한마디였다.
현대인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원리는 효율성이다. 내가 얼마를 투자했으면 얼마를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관념처럼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이 생각이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안에서도 지배적인 것이 문제다. 기도 시간조차도 내가 시간을 투자했으면 반드시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사 지금 당장 얻어내지 못한다면 무언가 저축이라도 해놓는다는 생각을 해야만 안심이 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랑은 결코 효율성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오히려 사랑은 낭비하는 것이다. 사랑은 그냥 쏟아붓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것, 그 자체로서 행복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대가 없이 쏟아붓는 것을 우리는 결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발 앞에 향유를 부은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은 효율성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당신은 하나님과 함께 있는 시간, 그 자체로서 충분하게 행복한가. 이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해도 아깝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하나님의 친구다. 종보다는 하나님의 친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왜냐하면 능력은 종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내 종은 많지만 나의 친구는 너무도 없구나.’ 바로 이 하나님의 탄식이 내 가슴을 친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