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정한 (4) “이혼도 불사…” 아내의 강경함에 되레 내가 개종
입력 2013-12-09 01:39
한 달이 지나 아내가 자신의 종교적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날이 돌아왔다. 나는 백화점에 가서 비싼 겨울코트 한 벌을 선물로 마련했다. 그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하고 집 청소도 깨끗이 했다.
난 아내가 이제 교회에 그만 나가고 불교를 믿겠다고 말할 것을 예상했다. 종교 문제만 아니면 우리는 사이가 좋았기에 아내가 교회를 포기하지 않고 이혼하겠다고 말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제 일요일이면 아내가 교회에 가지 않고 나랑 등산이나 다니며 놀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흐뭇했다.
아내가 퇴근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분위기 있게 음식까지 차려 놓은 것을 보고 매우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난 표정만 보고도 ‘됐구나’ 싶었다. 아내는 식탁에 앉아 선물을 풀어보며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대답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여보. 정말 미안해요. 난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님은 못 버려요. 제 삶에서 예수님을 믿지 말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같아요. 당신이 개종하지 않으면 이혼을 한다고 하셨는데 전 당신을 사랑하지만, 예수님은 버리지 못해요. 설령 이혼을 하더라도요.”
망치로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멍하니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이혼을 하더라도 예수님을 버리지 못하겠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 것인가. 화도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만약 내가 아내 입장이라면 저렇게까지 종교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남편을 버리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저런 신앙을 과연 가질 수 있을까?”
아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함께 아내를 이렇게 꼼짝 못하게 만드는 기독교라면 정말 그 속에 무엇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공부도 할 만큼 하고 모든 면에서 명철한 아내가 믿는 하나님이라면 내가 오히려 개종을 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내에게 그 자리서 바로 선언했다.
“여보. 내가 졌소. 이젠 당신에게 불교를 믿으라고 하지 않겠소. 오히려 내가 예수를 믿겠소. 대신 나도 조금만 시간을 주시오.”
아내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후 나는 약속한 대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열심히 기독교 교리를 배우며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게 되었다. 이후 나의 신앙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주님을 앙망하는 믿음의 신자가 된 것이다.
나의 이런 놀라운 변화는 내 의지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내의 눈물어린 기도가 성령을 통해 나를 변화시킨 것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내가 한 달간 시간을 줄 테니 양단간 결정을 하라는 선언을 한 후부터 아내의 간증은 시작된다.
“당신이 이혼이냐 개종이냐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비장하게 말하는데 이번은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더라고요. 나는 이 한 달 동안 새벽기도회를 다니며 사생결단의 기도를 했었지요. 그때 난 당신 넥타이를 하나 제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붙잡고 기도했었지요. 하나님께서 남편을 구원시켜 달라고요. 아마 당신 넥타이에 제 눈물이 흘러들어 몇 번은 적셔졌을 거예요.”
아내는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때는 차라리 목숨을 거둬가고 남편을 구원시켜 달라고 기도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내의 이 말을 듣고 엄청나게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아내의 기도에 감사하게 된다.
나는 이처럼 아내에게 굴복해 예수를 믿게 됐다. 아니 아내의 기도에 성령님이 내 마음을 움직여 주님의 자녀가 되도록 만들어 주셨다. 그러므로 나는 생일을 두 번 챙긴다. 어머님의 뱃속에서 태어난 생일과 예수를 만나 거듭난 영적 생일이다. 종교전쟁에서 승리한 아내는 완패한 나에게 이 두 번의 생일을 빠짐없이 챙겨주고 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