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오랜 기다림 속에서

입력 2013-12-09 01:38


누가복음 2장 25~35절

교회는 지금 대림절 기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12월 25일 성탄절 전까지 4주간입니다. 집집마다 벽에 걸어놓은 세상의 달력은 새해 1월부터 시작되지만, 우리의 마음에 걸려 있는 신앙의 달력은 대림절로부터 시작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오랜 세월 그들을 구원해 줄 소망의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그가 오면 용서와 위로를 베푸시고 평안과 행복의 나라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는 큰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전, 예루살렘에도 그러한 구속의 믿음을 가진 나이 많은 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들음’이라는 의미를 지닌 ‘시므온’이었습니다. 그는 비록 연로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청종했던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성령 하나님께서 역사적인 순간에 신실한 노종에게 임재하신 것입니다. 성령은 그 위에 머무르셨으며, 강한 음성으로 지시하셨고, 감동하셨습니다(25∼27절).

그에게 들린 성령의 말씀은 심히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토록 고대하던 구세주가 이제 오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오래전 선조들에게 허락된 약속, 그 소망의 씨앗 하나를 품고 있던 이 땅의 수많은 영혼에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아가 오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얼마나 눈물겹고 기쁘겠습니까. 마치 이름 모를 씨앗이 희망 없는 어두운 감옥에서 벽을 뚫고 자라나듯, 하나님께서는 긴 세월 속에 매몰되어 가던 기다림의 영혼 속에서 소망의 씨앗을 분명 자라나게 하셨습니다.

“시므온아 너는 성전을 떠나지 말라. 네게로 하나님의 아들, 어린 아기가 올 것이다.” 시므온은 감격했습니다. ‘미천한 노종에게 이런 영광이 어디 있을까?’ 드디어 시므온은 성전에서 그토록 사모하던 아기 예수를 만났고, 그분을 품에 안았습니다. 우리는 삶 가운데 오시는 예수님을 안을 수는 없지만 영혼으로 품을 수는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요, 영광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 노종은 은혜와 영광 가운데 사로잡혀 아기 예수가 어떤 분인지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그분은 어떤 분이신가? 죄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는 우리의 어깨에서 죄 짐을 벗겨 주시고 영혼의 안식을 주실 분이시다(30절). 어둡고 추운 세상, 환하게 밝히시고, 따뜻하게 품어 주러 오시는 분이시다(32절). 움츠러들고 패기 없이 살아가는 하나님 백성들에게 삶의 위로와 희망의 영광이 되시는 분이시다(32절).”

그분은 실로 우리 모두의 아픔을 치유하실 분이시며, 소망을 불어 넣어줄 분이십니다. 조개가 살을 파고드는 모래의 아픔을 이겨냈을 때 그 아픔이 재료가 되어 아름다운 진주를 만드는 것처럼, 물의 흐름을 거스르던 돌멩이가 시냇물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처럼 우리 인생의 모든 고난은 우리 주님의 소망의 재료가 될 것입니다.

위로와 은혜는 요행스럽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시고 소망의 씨앗이 되시는 주님의 약속을 붙잡고 기대하고 기도합시다. 기다림의 끝에 만남이 있습니다. 대림절은 기다리고 고대하는 시간입니다. 성도의 영광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여러분의 삶과 이 땅에 오시기를 우리 모두 간절히 고대합시다. 믿음의 눈을 들어 참 소망을 바라봅시다.

조재호 목사(서울 고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