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겨울 추위 또다른 불청객 ‘축농증’

입력 2013-12-09 01:30


날씨가 추워지면 조심해야 하는 호흡기 감염 질환이 감기다. 그렇다면 겨울 감기와 사촌뻘 되는 병은?

정답은 코감기를 앓은 뒤 만성 비염과 함께 후유증으로 찾아드는 불청객, 바로 ‘축농증’이다. 하도 감기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말할 정도다.

코 주위 뼛속에는 부비동(副鼻洞)이란 빈 공간이 몇 개 들어있다. 이들 부비동은 모두 콧속으로 뚫려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환기와 더불어 분비물을 내보낸다. 축농증이란 콧속과 이들 부비동의 점막에 급성 또는 만성 염증이 생겨 쌓인 상태다.

급성 부비동염에 걸리면 권태감, 두통, 미열 등의 증상과 함께 코 막힘, 콧물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만성 부비동염에서는 코 막힘 외에도 지속적으로 누런 콧물이 나오고, 그 콧물이 코 뒤로 넘어가는 증상(후비루)과 코피가 자주 터지는 증상을 보인다. 더 진행하면 후각과 집중력이 감퇴되고 두통까지 호소하게 된다.

부비동염은 귀나 목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성 후두염,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이나 중이염 같은 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급성 부비동염은 감기로 인한 급성비염 혹은 인두염, 치주염 같은 구강질환이나 알레르기 등으로 인해 코 점막에 염증이 생겼을 때, 비중격만곡증 등의 콧속 구조 이상, 혹이 생겨 부비동이 폐쇄된 경우, 외상, 악안면(턱과 얼굴) 기형 등이 있을 때 주로 발생한다. 만성 부비동염은 이런 급성 부비동염이 만성화된 경우다.

부비동 점막에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감기에 걸리면 세균감염으로 곪기 쉽다. 이로 인해 콧속을 향해 뚫린 환기 및 분비물 배설 구멍이 막히면 부비동이 고름으로 가득 차게 돼(축농증) 누런 콧물과 두통, 집중력 저하 등의 이상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부비동염에 걸렸는지 여부는 경험이 많은 의사라면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청취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확진은 코 내시경을 사용하는 등 콧속 및 부비동 상태를 면밀히 살펴봐야 가능하다. 코의 구조적 이상이나 혹이 있는 경우엔 CT 검사도 필요하다.

치료는 염증과 고름을 걷어내 부비동의 본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콧속 환기와 부비동 점막의 분비물이 정상적으로 콧구멍을 통해 배설되도록 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먼저 항생제를 사용, 염증과 고름을 제거해 통기(通氣) 상태를 개선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죽염 등으로 코를 세척하는 민간요법은 코 점막을 손상시켜 병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 시 반드시 전문의와 의논해야 한다.

약물 치료를 해도 부비동염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인위적으로 부비동 안에 고인 염증과 고름을 걷어내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코 내시경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 않다.

이재서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