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귀환… 애절함에 숨이 멎다
입력 2013-12-07 03:28
부상에서 돌아온 ‘피겨 여왕’ 김연아가 변함없는 실력을 뽐냈다.
김연아는 6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8.37점과 예술점수(PCS) 35.00점을 받아 합계 73.37점을 기록했다.
노란 빛이 감도는 차분한 올리브그린색 의상을 입은 김연아는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에 맞춰 우아하게 퍼포먼스를 펼쳤다.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로 포문을 연 뒤 긴 활주를 통해 스피드를 한껏 살리고 다음 과제인 트리플 플립 점프를 소화했다. 이어 전매특허 중 하나인 유나 카멜 스핀 등 필수 요소들을 차례차례 수행했다. 다만 더블악셀(2회전반) 점프를 뛴 뒤 랜딩 과정에서 미끌어져 빙판에 손을 짚은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가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을 담은 곡인만큼 김연아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와 부드러운 스텝을 보여줬다. 과거 ‘죽음의 무도’ ‘제임스 본드 메들리’ ‘뱀파이어의 키스’ 등 쇼트프로그램에서 강렬한 분위기의 곡에 다이나믹한 연기를 펼쳤다면 이번에는 우아함의 진수를 보여줬다.
9개월만에 빙상에 나온 김연아는 부상 여파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어냈다.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3회전 연속점프) 등 점프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높았다. 스핀과 스텝도 가산점을 얻을 정도로 정교했다.
김연아가 받은 73.37점은 전날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쇼트에서 1위를 차지한 아사다 마오(일본)의 점수 72.36점보다 1.01점이 높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3회전반)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으로 0.43점을 감점 받았지만 기술점수(TES) 37.45점, 예술점수(PCS) 34.91점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김연아가 바로 아사다의 기록을 뛰어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