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비밀보호법 통과… 아베 ‘힘의 정치’ 시동
입력 2013-12-07 03:28
일본 참의원이 6일 밤 본회의에서 외교·안보 관련 비밀 누설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안을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까지 제출하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의석수 부족으로 법 제정을 막지 못했다.
교도통신은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안이 찬성 130표, 반대 82표로 가결됐다”며 “이달 중 공포되면 그로부터 1년 이내에 시행되나 일부 조항은 즉각 발효된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지난 4일 출범한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설치 법안과 특정비밀보호법안을 한 묶음으로 추진해 왔다. 중국의 힘 과시로 엄중해진 동북아 안보상황에서 일본 NSC가 미국, 영국 등의 NSC와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비밀에 대한 확실한 ‘잠금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베 정권의 논리였다.
특정비밀보호법 조문에 따르면 각 행정기관은 누설 시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외교와 관련 정보나 테러 및 스파이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 등을 특정비밀로 지정할 수 있다. 또 최장 60년간 비밀이 해제되지 않을 수 있다. 이 법은 또 특정비밀로 지정된 정보를 유출한 공무원에 대해 최장 징역 10년형, 비밀유출을 교사한 사람도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규정을 담았다.
현재 국가공무원법상 기밀유지 의무 위반에 최고 징역 1년, 자위대법상 군사기밀 누설에 최고 징역 5년으로 각각 규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수위를 대폭 올린 것이다. 공무원으로부터 ‘특정기밀’을 획득한 언론인이 처벌받을 수 있는 여지도 열어뒀다. 때문에 일본 국내에선 국민의 알권리 침해란 비판이 거세다. 여러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는 물론 영화감독·배우 등 영화계 인사 269명, 일본변호사연합회,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저명 학자 등 각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특정비밀보호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여당의 움직임에 맞서 아베 내각 불신임안을 중의원에 제출했다. 표결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자민당과 공명당이 참의원과 중의원 양쪽에서 과반을 점한 탓에 내각 불신임안 등은 줄줄이 부결됐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