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공사중단 사태…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입력 2013-12-06 22:22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쌍용건설이 또 벼랑 끝에 섰다. 비(非)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돌려받기 위해 공사대금 가압류에 나섰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외 공사 중단은 물론 협력업체 연쇄 도산 등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쌍용건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6일 오전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을 불러 회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오후에는 채권은행별로 군인공제회 가압류 조치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군인공제회는 지난달 25일 쌍용건설의 7개 관급공사 현장, 780억원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4일 군인공제회의 손을 들어줬다. 군인공제회가 받을 금액은 경기도 남양주 아파트 사업 PF 원금 850억원과 이자 등 총 1235억원이다.

군인공제회는 올 초부터 PF 채권을 갚으라고 요구했지만 채권단은 “쌍용건설 위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상환 연기를 요구해 왔다. 군인공제회는 채권단이 이자 탕감과 원금의 출자 전환을 주문하자 가압류 신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3000억원의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와중에 채권을 회수해가면 쌍용건설 정상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3000억원 추가 지원액 중 출자전환분(1800억원)을 뺀 1200억원이 군인공제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채권은행은 “신규 지원 자금을 비협약채권자들이 가져가는 구조여서 워크아웃을 통한 정상화가 어렵다”며 “군인공제회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법정관리로 모든 채무를 정리하고 회생을 꾀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법정관리 신청 논의가 불거지자 일각에선 채권단이 일부러 군인공제회에 무리한 요구를 해 상황을 극단적으로 만들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군인공제회의 강수에 망연자실했다. 가압류 소식에 쌍용건설이 전국에서 시행 중인 150개 민관 사업장의 상당수 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군인공제회와 채권단의 불화가 싱가포르 등 쌍용건설의 기존 해외 사업장뿐 아니라 현재 추진 중인 해외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군인공제회의 조치가 채권단을 압박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후순위 채권의 경우 원금을 다 날릴 수 있다는 것을 군인공제회 측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회생 노력 없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금융 당국이 채권단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채권단도 쉽게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1400개에 달하는 쌍용 협력업체의 줄도산도 우려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경우 4개 현장에서 1조7000억원의 공사를 수행 중인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보증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업체의 입찰 배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대두되자 금융당국도 중재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우리은행과 군인공제회 관계자를 불러 회의를 진행했다.

한장희 천지우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