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1918∼2013] 세계인 가슴에 별이 지다… 거인에 전 세계 애도물결
입력 2013-12-06 22:03 수정 2013-12-07 03:28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와 흑백 통합에 일생을 바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 만델라는 5일 오후 8시50분쯤(현지시간)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95세를 일기로 마지막 호흡을 거뒀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긴급 성명에서 “우리 민주국가의 기틀을 세운 대통령이자 존경하는 넬슨 롤리랄라 만델라가 떠났다”고 발표했다. 검은색 옷을 입고 방송카메라 앞에 선 주마 대통령은 “남아공은 가장 위대한 아들을 잃었고 국민은 아버지를 잃었다”며 “우리는 언제까지나 마디바(존경받는 어른을 뜻하는 만델라 애칭)를 사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델라는 남아공 국민이 직접 뽑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다. 1918년 남아공 동남부 움타타에서 마을 족장의 아들로 태어나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섰다. 흑인해방운동단체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끌며 투쟁하다 27년간 옥살이를 했다. 90년 석방된 그는 인종차별 철폐와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9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듬해 남아공 최초의 민주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주마 대통령은 “만델라는 자유에 대한 지치지 않는 투쟁으로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며 “그의 자비와 인간성, 겸손함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줬다”고 강조했다.
만델라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대회를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고령으로 쇠약해져 2011년부터 입·퇴원을 반복했다. 지난 6월 지병인 폐감염증이 재발해 입원했다가 9월부터 자택에서 병간호를 받아 왔다. 지난 4일 만델라 가족이 만델라가 위독해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장례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국장으로 치러지며 이 기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고 주마 대통령이 밝혔다. 영결식은 10일 요하네스버그 FNB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또 국민과의 마지막 작별을 위해 만델라의 시신은 11~13일 수도 프리토리아의 유니언 빌딩에 안치된다. 이곳은 만델라가 94년 대통령 취임선서를 한 곳이다. 이어 만델라의 시신은 고향 쿠누로 옮겨져 15일 안장된다. 장례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상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애도 성명에서 “고인은 오랜 세월 남아공을 분열시킨 인종 차별정책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킨 위대한 정치가였다”며 “그 위대한 뜻이 세계 평화의 기틀이 되고 남아공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가슴에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