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저자 헤르만 지몬 박사 “대기업 중심 경제 위험… 핀란드 노키아 사례 되새겨야”

입력 2013-12-07 01:35


“대기업으로 중앙집중화된 경제는 위험(risky)합니다. 핀란드 노키아의 사례에서 한국이 배울 점이 많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66·사진) 박사는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경고 사인을 보냈다. “핀란드를 보십시오. 2000년대 노키아를 통해 잘 나갔습니다. 수출의 25%가 노키아에서 나왔어요. 현재는 어떻습니까. 노키아가 사실상 망하면서 핀란드 경제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히든챔피언은 생산하는 제품이 세계에서 3위 안에 들면서 매출액은 50억 유로(7조2000억원) 이하인 숨겨진 알짜기업을 말한다. 그는 대기업에 치우친 경제는 중소·중견기업이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분산화된 경제가 맞는다고 생각해요.”

지몬 박사는 히든챔피언의 핵심 요건으로 강조해 온 ‘혁신’이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고 했다. “삼성은 기술 측면에서 혁신이 있었지만 고객의 니즈(필요)와 결합시키지 못했습니다. 반면 애플은 아이튠즈를 만들어 일종의 시스템 통합을 했어요. 소비자가 즐길 수 있게 했죠. 기술과 고객의 니즈를 통합해야 진정한 혁신이 일어납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시장이 개방되는 데 대해 그는 “히든챔피언이나 그것이 되고자 하는 기업에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중소·중견기업 중 일부는 당연히 시장 개방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국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FTA가 체결됐든 안 됐든 존속이 어려울 겁니다.”

그는 히든챔피언을 꿈꾸는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에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단 창출해낸 가치만큼 가격을 다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20% 정도 가치가 향상됐다면 10%만 가격을 올리는 게 좋습니다. 20%를 다 내라고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얻는 게 없잖아요. 부가가치를 고객과 함께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고임금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투자를 꺼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임금 자체보다 생산성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금이 아무리 높아도 한 명의 인력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면 고임금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몬 박사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로, 전략마케팅 컨설팅 업체인 지몬&쿠허 파트너스의 회장이기도 하다. 전 세계 30곳 도시에 사무소가 있고 서울 사무소 개소도 준비 중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책 ‘아니다, 성장은 가능하다’에서 20억명에 이르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날은 코엑스에서 개최된 한·독 기술협력 국제콘퍼런스 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글=권기석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