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바이든 접견] 美-中 사이 어정쩡한 한국… 결국 ‘거리조절’ 갈림길
입력 2013-12-06 22:14 수정 2013-12-07 03:28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6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결코 좋지 않은 베팅”이라며 우리 정부의 중국 친화정책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최근 들어 급속히 가까워진 한·중 관계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가 중국을 경제 분야의 ‘친한 친구’로 여기는 선을 넘어 정치·안보의 동반자로까지 격상해가고 있는 상황 자체가 미국 입장에선 편하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한국을 보는 미국의 시선은 ‘우려’=2기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특히 남북·중·일·러가 서로 부딪치는 동북아 지역을 재균형 정책 확대의 핵심 축으로 여기고 있다. 당연히 미국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견제 대상국은 중국이다. 세계 2위권 경제대국인 중국이 정치·안보·군사 분야에서도 계속 팽창정책을 추구하는 움직임을 견제하지 않을 경우 자국 이익에 결정적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기본 스탠스다. 미국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박근혜정부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양국 고위급 외교안보대화를 시작하며 정치·안보 분야로 협력의 틀을 상향시켜 나가는 현재의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의 틀을 ‘전통적 한·미 동맹’이 아니라 ‘긴밀한 한·중 관계’로 옮겨가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외교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외교부는 설명자료에서 바이든 부통령의 ‘어 벳 어게인스트 아메리카(a bet against America)’ 언급에 대해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을 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통역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아·태 지역으로의 재균형 정책에 관한 것으로서, 미국이 아·태 지역을 떠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지속하고 싶다”=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함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을 자신의 외교안보정책 근간으로 삼아 왔다. 미국은 이 두 가지의 틀에 대해 “한국 정부가 북한발(發) 안보위기뿐 아니라 한·일, 중·일, 러·일 간 영토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의 방향을 중국 쪽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토대로 만든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에게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양 국민이 복지는 물론 역내 평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중(對中)정책 등 자신의 외교구상 틀이 결코 우려를 살 만큼 미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 중에는 급속 진전된 한·중 관계에 비해 한·미 관계가 상당기간 정체돼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 이도 많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