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1918∼2013] “그는 진정한 영웅… 평화·화해 수호자로 기억할 것”

입력 2013-12-06 22:06

그동안 살아 있음으로써 희생과 포용의 가치를 증명해온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타계하자 전 세계의 상실감은 컸다. 탄압한 백인을 향해 복수를 다짐하기보다 용서와 화합을, 무력을 앞세우기보다 이해와 평화를 호소해온 삶의 행적은 만델라를 아프리카의 ‘소영웅’이 아닌 전 세계의 ‘위인’으로 만들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하우튼에 있는 고인의 자택 밖은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추모 인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튜 라마카차라고 이름을 밝힌 시민은 “목 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람들이 가져다놓은 꽃다발과 촛불, 남아공 국기로 인해 집 앞은 자연스럽게 임시 추모소가 됐고 만델라의 사진도 곳곳에 세워졌다. 일부 추모객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응원도구로 썼던 길쭉한 나팔 ‘부부젤라’를 불어댔다. 국기를 흔들며 거리를 행진하던 이들은 “넬슨” “비바(만세) 만델라”를 외치며 반(反)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노래를 불렀다.

같은 시각 지구촌 곳곳에선 길고 긴 애도가 이어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 시대의 위대한 빛이 졌다”며 “만델라는 비범한 인물이자 신화였고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추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만델라의 메시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사를 고무시키고 보편적 권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의 존엄과 평등, 자유를 위한 그의 투쟁은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전 만델라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지도자들도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세계는 가장 중요한 지도자이자 가장 훌륭한 인간을 잃었다”면서 “역사는 만델라를 평화와 화해의 수호자로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는 “피부색과 태어난 환경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모두가 깨닫게 했다”고 칭송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전 인류에 자유와 인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영면했다”며 “증오를 넘어 사랑의 위대한 힘을 보여줬다”고 추도했다. 만델라와 수지 여사, 김 전 대통령 세 사람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기여로 각각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공통점이 있다.

한편 만델라는 ‘이름값’에 힘입어 1000만 파운드(약 172억8000만원) 규모의 큰 재산을 남겼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만델라는 생전 자서전 인세에 펀드 27개를 보유했으며 가족들은 만델라 브랜드로 와인, 의류, 예술품 제작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