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 “범죄 무관한 사회적 관심사 규명이 檢본분 아니다”

입력 2013-12-07 01:32


김진태 검찰총장이 6일 ‘검찰의 위기와 원인’을 주제로 전국 검사장급 회의를 소집했다. 취임한 지 4일 만이었다. 내부 분열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 최근 검찰의 위기상황에 대해 머리를 맞대 보자는 취지였다. 전국 고검장과 지검장, 대검 수뇌부 등 검사장급 33명이 참석했다.

김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재 검찰 조직이 봉착한 여러 문제들을 지적했다. 김 총장은 “범죄와 무관한 사회적 관심사나 단순한 의혹에 대해서까지 진위를 가려내는 게 검찰의 본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유출 사건과 같이 정치권에서 해결돼야 할 사안들이 검찰에 넘어와 중립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검사장들은 “업무처리 과정뿐만 아니라 평소 언행에서도 정치적 편향을 드러내는 경우 엄중히 문책해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건처리 결과에 대해 주임검사는 물론 간부들도 스스로 책임지는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검찰조직의 공직기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검사장들은 검사 개인의 비리에 대해서는 징계 강화 등을 통해 보다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해 전모 검사의 성추문 사건과 김광준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 등으로 검찰은 공직기강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총장은 “개인적인 일탈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중요 수사과정에서 지휘라인에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그것이 외부에 노출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에서 벌어진 수사팀과 지휘부 간의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수사검사가 지휘부의 결정에 이견이 있을 때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이의제기권’ 제도를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김 총장은 “우리 자신이 ‘다모클레스(Damocles)의 칼’ 아래 앉아 있는 존재임을 깊이 깨닫고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로마의 명연설가 키케로가 인용해 유명해진 말로 ‘권력을 가진 자는 항상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검 관계자는 “회의에서 논의된 검찰개혁 방안을 토대로 업무계획을 수립한 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