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협회, 성공회 위탁운영 쉼터 ‘미소꿈터’… “결핵 노숙인들 건강도 희망도 되찾아 줘요”
입력 2013-12-07 01:30
노숙인이 가장 많이 머무는 서울역에서 멀지 않은 한강대로변. 결핵을 앓고 있는 노숙인들의 쉼터 ‘미소꿈터(미래와 소망을 꿈꾸는 터전)’를 4일 찾았다. 현관에는 1m20㎝ 높이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었다. 미소꿈터 소장 대한성공회 박성광(41) 신부는 “어제 원예교실 시간에 입소자 선생님들이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노란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미소꿈터는 대한결핵협회가 대한성공회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미소꿈터에는 현재 21명이 생활하고 있다. 미소꿈터는 노숙인 결핵환자의 완치를 돕고 자활을 지원하는 시설. 박 신부를 비롯해 간호사, 사회복지사, 간병인 등 9명이 노숙인을 돕는다. 5층 건물을 둘러보는 동안 만난 노숙인들은 밝은 얼굴로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곳곳에 책과 입소자들이 만든 공예품이 비치돼 있었다.
식당에도 아담한 트리가 서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청국장 냄새가 솔솔 났다. “우리 직원들도 집밥보다 더 맛있다고 칭찬해요. 꼭 식사하시고 가세요.” 12시쯤 입소자들이 먼저 식사를 했다. 15분쯤 뒤 직원들이 뒤따라 식사를 했다. 박 신부는 입소자들에게 “선생님 오늘 메뉴가 뭐예요? 식사 맛있어요?”라고 정겹게 물었다. 점심 반찬은 갈치감자조림, 굴 무침, 콩나물이 들어간 쫄면, 야채샐러드, 소고기와 두부가 듬뿍 든 청국장…. 놀라는 기색을 눈치 챘는지 박 신부가 웃으며 말한다. “오늘 손님 오신다고 특별히 준비한 메뉴가 아니고요 원래 이렇게 반찬이 푸짐해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66명이 입소, 완치돼 퇴소했다. 입소자들은 노래교실, 원예교실 명상시간,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수강한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축구를 관람하기도 하고 난타 공연을 보기도 한다. 지난 10월부터 옷걸이 만들기, 쇼핑백 접기 부업도 한다.
김기준(57)씨 10여년 전 사업 부도로 노숙인으로 전락했다. “결핵 발병으로 82㎏이던 몸무게가 50㎏까지 떨어졌어요. 그런데 노숙을 하다보니 일 안 나가는 날은 돈이 없어 밥을 못 먹죠. 밥을 못 먹으니 약도 못 먹고 낫질 않더라고요.” 그는 병원의 소개로 미소꿈터에 입소했다. 지난해 5월, 건강을 회복해 퇴소한 김씨는 다시 이곳에서 입소자를 돕는 간병인으로 일한다. 지난달 말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전문 직업인이 된 것이다. “돈을 떠나 이 일이 재미있어요. 짧은 지식이지만 선생님들과 나누는 것도 보람되고요. 신부님이나 직원들 모두 참 좋으시고요.” 쉼터는 그에게 미래와 소망을 꿈꾸게 하는 삶의 터전이 됐다.
입소자는 결핵을 치료하는 병원 측의 추천을 받는다.무료다. 생활 수칙 8가지는 대부분 입소자를 위한 내용이다. 복약 식사 운동을 열심히 한다,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는다, 폭력과 폭언을 하지 않는다, 완치 후 자활을 준비한다 등. 입소자 중에 중도 퇴소자도 나온다. 박 신부는 “저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적인 공간이 없고 단체 생활을 해야 하니까 선생님들은 불편한 점도 있을 거예요”라고 했다. 박 신부의 방에는 ‘물댄 동산’(사 58:11)이라고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하나님의 인도로 몸이 건강하고 영혼이 회복하도록 하는 미소꿈터에 대한 비유일 수도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이 1위다. 특히 노숙인은 부실한 식단과 열악한 주거로 발병률이 높고 치유도 어렵다. 2009년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노숙인이 폐결핵에 걸릴 확률은 5.8%였다. 일반인 0.23%에 비해 25배나 높은 수치. 하지만 결핵은 언제든 발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 명 중 한 명꼴은 결핵 보균자예요. 감염자 중 10% 정도가 영양 부족이나 면역 취약 상태가 되면 발병해요. 2∼3주 결핵약을 복용하면 비감염 상태가 됩니다. 6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하면 완치가 됩니다.” 박 신부 얘기다. 대한결핵협회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념 실을 발행했다. 내년 2월 말까지 모금 목표액은 42억원. 1장 300원이다. 전국 우체국과 인터넷 쇼핑몰(loveseal.knta.or.kr)에서 구입 가능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