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하고 비전 공유하고… 서로, 느낌 아니까

입력 2013-12-07 01:51 수정 2013-12-06 17:22

경제 불황에 늘어나는 가계부채, 퇴직압박, 가정위기…. 2013년 대한민국을 사는 한 가정의 아버지요, 남성들이 처한 상황이다. 그래도 한때 봄날은 있었다. 40대를 전후로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안정적이었던 그 삶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초고속 ‘LTE급’이다.

성경 속 모세는 열심히 살아온 이 시대 남성들에게 ‘무너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대표적 인물이다. 선한 의도와 열정을 갖고 동족 이스라엘을 도우려 했지만 모든 것이 틀어졌다. 결국 왕족인 그가 권력자의 자리에서 내쫓김을 당하고, 40년간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줬던 기반을 잃고, 권력을 쥘 수 있는 기회조차 날려버렸다.

잘나가던 직장에서 변화를 겪고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모두 잃은 우리 시대 남성과 다를 게 없다. 소중한 직장이 흔들리면 남성들의 삶 자체가 흔들리고, 나아가 가족의 미래까지 위협받게 된다. 교회가 잡아줘야 한다. 위기에 처한 남성들, 교회는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

남성사역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교회에 제대로 된 남성사역이 없다는 거다. 이는 곧 프로그램의 부재를 말한다. 가정사역자들은 “한국교회가 그동안 여성, 어린이 중심의 목회를 하다보니 남성에 대해 소홀했던 건 사실”이라며 “교회 내 중년 남성들의 문제, 고민이 심화되는 이때에 전문적인 남성사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성사역은 단순한 행사 위주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역, 미니스트리(Ministry)여야 한다. 교회에서 전문 강사를 초청해 아버지, 남성들을 대상으로 1·2회 개최하는 세미나로 끝날 것이 아니라, 목회사역의 전체 시스템과 유기적 관계를 갖고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목회자가 남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성친화적인 목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남자들이 의미 있고 지속적인 교제를 갖도록 돕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소그룹을 활성화해야 한다. 스포츠는 남성사역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큐티나 기도모임 외에 축구·탁구 같은 동호회 모임 등이 필요하다.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 로고스교회(안성우 목사)에는 남성들을 위한 독서클럽이 있다. 매주 화요일 오전 6시30분 교회 내 카페에서 모임이 열린다. 30∼50대 아버지, 남성 20명이 정회원이다. 독서클럽에는 평균 15명이 나온다. 신앙서적부터 인문교양 서적들을 두루 읽으면서 남성들은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바라본다. 안 목사는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것도 좋지만 새벽에 아버지들과의 교제를 통해 무엇보다 하나님의 비전을 공유하고 꿈꿀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역 단체의 도움을 받으라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삽니다.” 1995년 출발한 두란노아버지학교의 구호이다. 2012년 7월 현재, 아버지학교는 전 세계 48개국 약 250여 도시에서 3700회 정도 열렸다. 이곳을 통해 23만여명의 아버지들이 웃고 울었다. 김성묵 본부장은 “아버지학교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성령님의 인도에 따라 아버지 봉사자들과 지원자들이 함께 어울려 만드는 치유, 회복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교회에서 남성사역을 펼치기 위해선 전문 사역단체들의 도움도 중요하다(왼쪽 표 참조). 하이패밀리의 ‘러빙유(Loving You)’는 남성들을 위한 축제다. 남성만을 위한 전문 클리닉으로 러빙유 외에 아버지를 가정의 CEO로 세워주는 ‘Bravo, Bravo, 부(父)라보 스쿨’, 분노조절훈련 ‘피스메이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댄스테라피도 있다.

하프타임코리아는 인생의 전반전을 돌아보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남성을 위한 ‘하프타임 세미나’, 5주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7일부터 매주 토요일 서울 구의동 CS프라자 세미나실에서 올해 마지막 하프타임 세미나를 개최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도움받을 수 있는 곳

·남성사역연구소 (mensministry.or.kr/02-3462-0142)

·두란노아버지학교 (father.or.kr/02-2182-9100)

·하이패밀리 (hifamily.net/02-2057-0033)

·하프타임코리아 (halftime.co.kr/02-454-4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