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원장의 한방 성서보감] 오식법(五食法)
입력 2013-12-07 01:48
식사할 때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방법을 오식법(五食法)이라고 한다. 조식, 소식, 절식, 안식, 합식이 바로 그것이다.
조식(粗食)은 거칠게 먹는 것을 말한다. 거친 음식이란 정제되지 않은 음식이다. 조식의 반대말은 미식인데 정제된 음식을 말한다. 백미는 미식이고 현미는 조식이다. 설탕도 흑설탕은 조식이고 백설탕은 미식이다. 흰 밀가루도 미식이다. 과일도 제철에 나오는 과일이 거친 음식으로 좋다. 과일이나 채소는 껍질째 먹는 것이 조식이다. 사과나, 감자, 고구마, 양파 등도 사실은 껍질에 많은 영양분이 몰려 있다. 잘 씻어서 껍질째 먹는 것이 조식이다. 조식을 해야 기가 잘 돌아 혈이 잘 순환하게 된다. 육류와 유가공품에 비해 곡물과 채소가 조식인 것은 사실이지만, 채식을 하면서도 백미, 흰 밀가루, 백설탕 중심의 그릇된 식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식가라는 말은 그래서 건강에는 별로 좋은 말이 아니다. 우리는 미식가보다는 조식가가 되어야 한다.
소식(小食, 少食)은 조금 적게 먹고, 작은 그릇에 만들어 먹는 것으로 이야기한 바 있다(11월 7일자 29면). 안식(安食)은 편안하게 천천히 먹는 것을 말한다. 안식의 반대말은 망식(忙食)으로 급하게 먹는 것을 말한다. 급하게 먹으면 소화도 안 될 뿐더러 오히려 사고가 난다. 음식을 먹을 때 밥알을 충분히 씹어서 삼키고 그 후에 찌개나 국물을 먹는 것이 좋다. 밥과 국물을 같이 먹으면 입안에서 밥이 충분히 침에 섞이지 않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지 않을 수 있다. 안식은 천천히 먹을 뿐 아니라 충분히 씹어 먹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적어도 식사는 30분 정도 천천히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식사는 단순히 영양만을 흡수하는 과정이 아니라 즐기기도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합식(合食)은 여럿이 둘러앉아 같이 먹는 것을 말한다. 합식을 하면 자연히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식사시간에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 말고 가볍고 편안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좋다. 사람은 식사하면서 교제를 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식사시간인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은 목구멍이 열려야 마음이 열린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를 열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합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절식(節食)이란 절도 있게 먹는 것이다. 먼저 식사의 시간을 절도 있게 지킨다. 또 식사의 양을 절도 있게 한다. 양을 항상 일정하게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절식은 식사의 질도 절도 있게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저염분 고단백식품으로 먹고 산성과 알칼리성의 균형 있는 식사를 유지하는 것 등이다. 동물성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제한하고 직화고기는 피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절식이 생각보다 힘들다. 우리는 음식을 기분대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꾸 절식이 망가진다.
임상을 할수록 무엇을 먹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는가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영적인 양식인 말씀을 먹되 잘 먹어야 한다. 말씀을 골고루 매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그래야 말씀의 영양실조에 빠지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몸에 나쁜 말씀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말세에 이단교리가 판을 치는 시대다. 영적인 분별력이 없으면 잘못된 말씀에 열심을 부려 큰 화를 당하는 수가 있다. 원래 이단은 지나친 열심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올바른 말씀으로 매일 규칙적으로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러면 말씀의 과잉도 아니고 부족에도 걸리지 않게 된다. 사람의 몸은 영과 육으로 되어 있다. 육적인 음식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양식인 말씀을 먹어야 제대로 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살리는 것은 영이기 때문이다.
<김양규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