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우리들의 캡틴

입력 2013-12-07 01:47

우리교회 성가대장이 암에 걸렸다. 교회가 우울해졌다. 올 들어 어려운 일을 겪은 성도들이 많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성가대장의 소식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교회에 나왔다. 수술 날짜가 내일모레인데 그는 성가대 석에 앉아 열심히 찬양을 했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성가대원이 대장을 위로하려 카톡을 보냈다.

“대장님 대장님 우리들의 대장님 힘내세요. 파이팅!” 대장에게 답신이 왔다. “대장 소리만 들어도 경기하겠네. 대장 대신 캡틴이라 불러 주소.” 성가대장의 병명은 대장암이었다. 그의 유머에 우리의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인생길에 복병처럼 숨어 있던 고난이 우리들을 순식간에 덮칠 때가 있다. 질병이건 파산이건 어떤 모습이건 우리를 당황케 하고 낙망케 하는 고난은 유쾌한 것이 아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을 우울하게 한다.

그런데 우리의 캡틴은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 23: 4)는 말씀으로 사망의 두려움을 날려 보냈던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것은 평소 하나님과 동행하던 자가 받는 축복이다.

나는 캡틴에게 내가 선배라고 자랑을 했다. 암병력자인 나의 말에 위로가 되었는지 캡틴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우리의 고난이 훈장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이고 그 체험이 남에게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우리들의 캡틴이 쾌유하여 더욱 깊은 사랑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아울러 이 세상 병동에서 앓고 있는 수많은 환우들에게 사랑의 기도를 보낸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