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모션 코칭 세미나’

입력 2013-12-07 01:55


고3 수험생을 둔 주부 주미영(가명·50)씨는 수능시험이 끝났는데도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 없다. 아들이 4년제 대학을 들어가는 건 꿈도 못 꿀 것 같다. 풀죽은 아들을 보면 안됐다 싶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민다. “없는 형편에 비싼 학원비 대면서 뒷바라지 해줬더니 그것도 성적이라고 받아와? 이 멍청아!” 이런 말을 아들에게 퍼붓고 후회했지만 그것도 잠시, 아들만 보면 또 폭발하게 된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점점 자신이 싫어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되면서 이런 울분을 토해내는 부모들이 많다. 지난 1년간 수험생 못지않게 부모들도 꾹꾹 참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자녀의 성적이 잘 나왔으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할 땐 부모도 감정조절이 쉽지 않다. 전형이 모두 끝난 후에도 자녀와 의견이 엇갈려 좌절을 경험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 사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학교폭력, 왕따, 우울, 자살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병리적 현상이다. 현 정부는 4대악(惡), 즉 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근절을 핵심정책으로 삼고 있다. 이 중 3개 항목이 폭력, 즉 분노조절의 문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치유가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거다.

행복발전소 가족동작치료센터(원장 김향숙)는 지난해부터 ‘이모션 코칭(emotion coaching) 세미나’를 열고 있다. 감정조절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원장은 “이 모든 게 감정교육의 부재로 인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저 참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참고 참으면 쌓인다”며 “그렇게 쌓이다 보면 한이 되고 결국 폭발해서 폭력적이 되거나, 마음이 병들거나 몸을 망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모션 코칭은 감정을 억압, 폭발, 무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감정이 주인인 삶에서, 내가 감정의 주인인 삶,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이 감정의 주인인 삶으로 변화시켜 나간다. 즉 Empathy(공감), Control(조절), Healing(치유)을 거쳐 하나님의 감탄사인 ‘Oh!’(창 1:31)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 모두를 연결하면 ECHO. ‘영혼의 울림이 있는 가족’이라는 뜻이다.

공감 단계에서는 무감각, 무자비, 무관심의 원인인 ‘막힌 공감회로’를 뚫어준다. 타인의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 해보면서 공감하는 것이다. 또 조절 단계에서는 분노를 다독거려준다. 분노유발 상황에서 정지하고 숨쉬기를 반복하면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거는 훈련을 한다. 참가자들은 점차 분노라는 감정과 자신을 분리하면서 고요함을 유지하게 된다. 치유 단계에서는 상처받은 감정탱크를 비워내고 긍정적인 감정들로 채운다.

‘이모션 코칭 세미나’에 참가한 주씨는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에 스스로 놀랐다고 말했다. “내 속에 이렇게 많은 분노가 있었는지 몰랐어요. 화가 날 때마다 소리부터 질렀는데 이제는 분노를 조절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져요. 얼마나 울었는지…. 공감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깨달았어요. 이제 평화로워요. 잠도 잘 자고요.”

김 원장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몸을 코칭 도구로 사용한다. 참가자들은 뛰고, 움직이고, 숨쉬고, 눕고, 소리치고, 걷고, 연기하고, 웃고, 운다. 머리로 깨닫고, 가슴으로 느끼고, 몸으로 익히는 삼박자 교육인 셈이다.

가족동작치료센터는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을 위한 이모션 코칭을 실시한다. 10∼12일 초등학생 자녀와 부모, 2014년 2월 15일 가족, 2014년 2월 22일 엄마와 딸을 위한 이모션 코칭 프로그램을 갖는다(hifamily.net).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