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도의 사람, 비전의 사람, 열정의 사람, 정정섭 장로님
그동안의 초인적인 투병을 끝내고 이제 긴 안식으로 떠나셨습니다. 작년 11월 고인의 마지막 선교사역이었던 아프리카 현지방문에 동행했던 사람으로서 섭섭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처음 도착했던 새벽 남아프리카 하라레 은혜의 기운이 구름의 허리를 붙잡은 광경, 프레임 릴리의 붉은 빛, 자카란다의 보랏빛이 아침을 보듬어 안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수많은 짐바브웨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던 기아대책 어린이집 사역들을 돌아보던 시간들, 나이로비 윌슨 비행장에서 소꼽친구처럼 친근한 경비행기를 타고 멀리 케냐 북쪽의 사막지역 오지중의 오지인 코아 지역을 방문해 열린 하늘을 둔 ‘밀리언 스타 호텔(별빛)’에서 밤을 새우며 은혜를 나누던 시간들, 졸업생들이 호명되고 학위를 받을 때마다 춤추며 환호하던 우간다 쿠미대학교 졸업식장, 많은 테소 부족여인들이 기쁨의 환호를 터트리던 그때가 쿠미대 총장으로서의 마지막 임무이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지금부터 37 년전 대학 1학년 시절, CCC 활동에 전념하던 제가 처음 장로님을 뵙고 충격을 받았던 것은, 당시 믿음의 사람이 목회자나 선교사만 되는 것이 아니라 전경련 이사로서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님을 더 잘 섬길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목회나 선교뿐 아니라 의료, 비즈니스, 교육, 미디어, NGO 사역을 병행하는 ‘현장사역’을 할 수 있게 하는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경련 전무로서 사회적 역할을 훌륭히 마친 후, 인생의 후반전을 오직 ‘떡과 복음’이라는 깃발을 들고 기아대책 사역에 헌신하며 23년을 달려오신 그 긍휼사역과 선교사역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전적인 은혜라고 고백하셨지만 기아대책사역을 세계적인 사역으로 끌어 올리신 비전의 사람, 그 초인적인 에너지와 열정은 ‘열정 상실의 시대’를 사는 우리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3년전 제가 섬기던 NGO와 기아대책이 자매결연을 맺을 때 감격해 하시면서 ‘저를 위해 20년동안 중보기도하고 있다’고 귀뜸해 주실 때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수백명의 중보기도 명단을 가지고 기도하던 장로님. 기아대책 사역을 위해 선교지를 같이 동행했던 기자들마다 같은 고백을 저에게 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무릎꿇고 기도하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집에서도, 교회에서도, 직장에서도, 사역지에서도 현장기도를 중시하고 믿음의 역사를 무릎으로 일으켰던 분, 기도의 사람, 그 밝은 모습의 장로님을 이제는 이 땅에서 다시 뵐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언제라도 ’황박사‘ 라며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나타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연약함이 있다고 인정하셨고, 그 때문에 빚어지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하셨지만 그 연약함 때문에 오히려 더 크고 위대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기도의 사람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귀한 분과 오랫동안 같이 지내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영광과 찬송을 돌립니다. 기도의 사람, 비전의 사람, 열정의 사람을 허락하신 하나님, 오직 하나님만이 홀로 영광받으소서.
사랑의 병원 병원장 / 쿠미대학교 총장 황성주
고 정정섭 회장 추모글-황성주 박사
입력 2013-12-06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