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지형 변화] 서기실-보위부-조직지도부 ‘체제 수호’ 막강 부서로
입력 2013-12-06 02:52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을 주축으로 국가안전보위부와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가 장성택(67)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북한 권력 기구 구조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서기실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의전을 넘어 국방위 및 당·정·군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실상 청와대 비서실 역할을 하는 서기실이 장 부위원장 실각에 관여했다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이 그만큼 서기실을 친위부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장 부위원장 실각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김 제1위원장의 이복 누나인 김설송도 서기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친동생인 김여정도 현재 서기실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기실은 서기 직책을 가진 직원만 300여명이나 될 정도로 대규모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위부의 위상 강화도 이미 북한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장 부위원장 실각과 관련된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알려진 양강도 삼지연 방문 때 조선중앙통신은 수행자 명단을 발표하며 김원홍(68)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이름을 제일 먼저 호명했다. 국가정보원도 보위부가 장 부위원장 측근 내사를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 부위원장 실각 후 최룡해(63)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최 총정치국장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간부는 김 보위부장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인사와 조직을 총괄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도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조직지도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김 위원장이 직접 부장을 맡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정부 당국자는 5일 “조직지도부는 인사를 맡고 있는 만큼 우리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처럼 사정 업무도 맡고 있다”면서 “북한의 사법·검찰·공안기관을 지도하는 행정부가 해체된다면 그 기능이 조직지도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조직지도부장 자리를 지금처럼 공석으로 남겨둔 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직접 지시하는 형태로 조직이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선 신격화된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 예우 차원에서 이들이 맡았던 직함은 공석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제1위원장도 국방위원장 대신 국방위 제1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쓰고 있다.
반면 행정부는 수장인 장 부위원장이 실각했고,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 처형됨에 따라 조직 자체가 와해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공개 처형된 이 부부장과 장 부부장의 죄명은 ‘월권’과 ‘분파행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거부’ 등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들이 장 부위원장의 뒤에 숨어서 ‘당 위의 당’으로 ‘내각 위의 내각’으로 군림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