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이기는 경기… 한국 사회·정치도 배워야”
입력 2013-12-06 02:47
나경원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집행위원
“장애인 스포츠를 위해 2년 동안 일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모두가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경원(50) 대한패럴림픽위원회(KPC) 부위원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슬로건인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을 강조했다.
“한국 사회와 정치는 서로 이기려고만 하다 보니 모두가 지는 경기를 해요. 이제는 ‘함께’라는 가치를 공유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가야 더 잘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는 직접 만든 슬로건 ‘투게더 위 캔’을 내세워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16차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정기총회에서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집행위원 10명을 뽑는 투표에서 전체 유효 투표 수 150표 가운데 99표(득표율 66%)를 얻어 전체 출마자 24명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투표를 앞두고 “장애인 스포츠 발전을 위해 선진국과 저개발국이 손을 잡고 함께 가야 한다”고 투표인단을 설득한 게 주효했다.
“더 많은 국가와 선수, 종목이 국제패럴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게 마음을 움직였나 봅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 동계 스포츠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더니 다들 공감하더군요.”
그가 털어놓은 에피소드 한 가지. “나경원이라는 한국 이름이 외국인에게 생소할 것이라고 생각해 영어 이니셜 ‘K W NA’에 착안해 ‘Korean Woman NA’라고 날 소개했죠. 그랬더니 다들 날 잘 기억하더군요.”
그는 지난 9월 중순부터 북미, 남미, 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를 순회하는 강행군을 펼치며 선거운동을 했다.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나 부위원장은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장애인 체육과 인연을 맺었다.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을 치르면서 느낀 감정과 선수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엮어 최근 ‘무릎을 굽히면 사랑이 보인다’는 책을 펴냈다. 책 출판을 통해 얻는 수익을 모두 스페셜올림픽위원회에 기부한다.
“스페셜올림픽 때 1등을 하던 선수가 결승선 앞에서 뒤처진 동료 선수들을 기다렸다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군요. 그들에겐 나만 잘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 없었죠.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을 그냥 묻혀 버리기가 아까워 책으로 펴냈습니다. 투게더 위 캔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공유해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장애인 스포츠의 해외 지원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저개발국의 장애인 스포츠에 보다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의 경우 엄청나게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요. 저개발국 장애인 스포츠 지원은 적은 돈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나 부위원장은 IPC 집행위원으로서 2014 소치 동계패럴림픽에 참여해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을 홍보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공모에 신청서를 접수했다. 혹시 정계에 복귀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정치 재개를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임기를 다 끝마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 의식에서 지원하게 된 거죠. 정치는 장애인 스포츠 행정과 병행할 수 있는 선에서만 할 겁니다. 현재 제 시간의 95%를 장애인 스포츠를 위해 쓰고 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