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없는 담배에 개념 없는 경고문
입력 2013-12-06 01:54
최근 수입·판매되고 있는 ‘무연(無煙) 담배’에 일반 담배(궐련)용 흡연 경고문구가 버젓이 쓰이고 있다. 담배 연기가 없는 신종 담배인데도 ‘담배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이 들어 있다’는 기존 문구를 그대로 사용케 해 무성의한 행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2개 업체는 지난 5월부터 스웨덴에서 무연 담배를 들여와 팔고 있다. 담배가루가 든 작은 티백을 아랫입술과 잇몸 사이에 넣어 니코틴 흡수를 돕는 형태여서 담배 연기가 없다. 업체 측은 “타르와 일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연기가 없어 이로 인한 폐암 발병률이 낮고 간접흡연 위험도 없다”고 홍보한다.
무연 담배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해 담뱃갑에 흡연 경고문구를 부착해야 한다. 경고문구는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시판 중인 무연담배 포장지 앞면에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담배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
수입업체 측은 지난 3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기존 궐련용 문구를 쓰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5일 “무연 담배에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새 경고문구를 고시하려면 시간이 걸려 우선 승인한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무연 담배의 성분 조사와 경고문구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교체토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박사는 “판매시기를 조절하더라도 국제 현황 조사 등을 거쳐 신종 담배에 걸맞은 경고문구가 들어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입안에 넣는 담배의 특성에 맞게 경고문구도 ‘잇몸 질환과 치아 상실을 유발하거나 구강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표시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