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통업체들은 지금 환경지킴이로 변신중
입력 2013-12-06 02:39
“뭐지?” 지난달 직장인 김주연(28·여)씨는 신세계백화점에서 보낸 종이우편물(DM)을 보고 놀랐다. 첫 장은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였기 때문이다. 다음 장으로 넘기고서야 의문이 해소됐다. ‘놀라셨죠?’라는 문구와 함께 종이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달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김씨가 받은 것은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1일부터 진행한 개점 83주년 행사에 앞서 발송한 DM 150만부 중 하나다. 신세계백화점은 DM을 단계적으로 없애 환경을 보호하고 쇼핑 정보와 쿠폰 등을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대에게 백지 DM 10만부를 보냈다.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유통업체들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DM 대신 앱을 제공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소량 단위 상품을 확대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백지 DM을 발송한 뒤 지난달에 신규 앱 가입자가 9만여명에 이르렀다고 5일 밝혔다. 앱 가입자의 회원 정보를 파악한 결과 1만명은 백지 DM을 받은 사람이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지난 8월 앱 서비스를 시작한 뒤 매월 7만∼8만명씩 신규로 가입했다”면서 “그러나 지난달 백지 DM을 발송한 뒤 신규 가입자가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AK플라자는 신세계에 앞서 과감하게 DM을 없앴다. AK플라자는 S-DM(스마트DM) 서비스로 연간 6억장의 인쇄물을 줄여 친환경을 실천하는 동시에 3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별도로 쿠폰북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서 쿠폰을 찾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는 본사인 영국 테스코 정책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정 내 보관중인 음식의 유통기한을 표시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코 테이프 증정, 산소포장 확대를 통한 신선식품 진열기한 연장, 소량 단위의 싱글팩 상품 확대, 직원식당 잔반 줄이기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홈플러스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활동을 세계적인 우수사례로 선정해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지난 9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정육·굴비 선물세트의 냉장·냉동 포장가방을 가져오면 ‘공차’ 까페의 블랙밀크티 2잔 교환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산업”이라며 “업체들이 환경보호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