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경원] ‘금융권 인사 개입’ 도 넘은 금감원

입력 2013-12-06 02:31


5일 인터넷 언론들은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전 회장의 행보를 괘씸히 여기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김 전 회장이 내년 2월까지 하나은행 고문직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조기 사퇴’냐는 지적이었다. “인연을 끊겠다면 하나고등학교 이사장도 그만둬야 한다”는 코멘트도 인용됐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발언이 금감원의 것이 아니라면서도 해명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 작은 보도에도 민감한 금융당국으로서는 이례적이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퇴 여부는 본인이 이야기할 부분”이라면서도 “시장과 여론이 함께 판단할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금감원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고문이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권 인사 개입 논란이 일 때마다 정치적 집단으로 묘사되며 홍역을 치렀다.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BS금융 이장호 회장에게 사퇴를 압박한 일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당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업무 처리가 신중하지 못했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최근 4대 시중은행에서 벌어지는 특별검사가 ‘전 정권의 색깔을 지우려는 목적’이라는 의혹을 사는 것도 이런 전례 때문이다. 동양사태의 책임론을 ‘물타기’하려는 작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금융소비자원은 “금융당국이 그간 비호하던 김 전 회장에 대해 태도를 바꾼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법과 원칙을 따를 뿐인데, 오해를 사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사실 오해의 근원은 금감원에 대해 터무니없이 높은 국민의 기대감이다. 최근 동양 투자피해자 중 한 명은 집회 도중 자신의 손가락을 잘랐다. 그는 “이렇게라도 해야 금감원이 만나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금감원이 주력할 일은 특정 관변언론에 대고 금융권 고위층을 씹는 게 아니다.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애쓰는 일이다.

이경원 경제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