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찍어내기’ 의혹] 혹 떼려다 되레 키운 靑…어설픈 해명으로 의혹만 부풀려

입력 2013-12-06 03:18

청와대가 모처럼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정권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냈다’는 의혹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어설픈 자체조사와 불안전한 설명이 되레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2일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전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 채모군의 인적사항을 알아봤다는 의혹이 나오자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라며 부인하는 조 전 행정관의 진술을 신뢰해 처음부터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하지는 않은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이후 당사자들의 폭로를 통해 새로운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자 청와대 측 해명도 하루하루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3일에는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했고, 지난 4일에는 조 전 행정관이 채군의 인적사항을 불법 열람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직위를 해제했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처음부터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아 진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인상만 남긴 셈이 됐다. 조 전 행정관은 이에 대해 “당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안으로 생각해 인적사항을 열람했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행정관에 채군 인적사항을 요청한 안전행정부 중앙공무원교육원 김모 부장(국장급)과 관련한 의혹도 확산됐다. 김 부장이 올해 초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서 파견근무했고 지난 5월 1일부터 안행부로 복귀했다는 기록을 근거로 야당이 ‘채동욱 찍어내기’의 윗선으로 지목하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지휘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채 전 총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김 부장이 전·현 정권을 잇는 연결고리로 하루아침에 급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안행부에 따르면 김 부장은 지난 3월 28일 안행부로 복귀한 뒤 5월 1일부터 안행부 소속기관인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김 부장의 청와대 근무 이력을 구체적으로 밝힐 경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혐의를 특정하는 결과가 예상돼 공개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안행부도 서둘러 선긋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김 부장 건은 우리 부처와 관계없는 개인적인 문제”라면서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김 부장이 채군의 인적사항 열람을 요청한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밝혀 사안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를 전했다. 안행부는 김 부장 동의 하에 통신사로부터 통화 및 문자메시지 기록을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성열 최정욱 기자 nukuva@kmib.co.kr